정모양(10·서울)은 취학연령이 지난 올해 3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정양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부모와 친척들의 방치로 10년 동안 호적신고 및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방치돼 왔다. 뒤늦게 사회복지사에 의해 발견돼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
초등학교 2학년인 김모군(9·서울)의 부모는 김군이 3세 되는 해에 이혼했다. 할머니 슬하에서 자란 김군은 5세 때부터 가출을 시작, 앵벌이와 절도 본드흡입까지 해 경찰에 수차례 적발되기도 했다. 김군의 학교 출석일수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김군의 아버지는 아들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며 아동복지시설에서 아들을 수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상태다.
지속되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이처럼 부모로부터 학대받는 아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직자 수가 늘어나고 수입이 줄어들면서 자녀들에게 기본적인 의식주와 교육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부모가 급증하면서 생겨나고 있는 현상이다.
22일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접수된 아동학대신고전화는 3255건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34%나 늘어났다.
더욱이 접수된 신고 내용 중 36%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아이들을 방치한 ‘방임형’인 것으로 나타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지난해의 경우에도 4983건으로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01년의 4133건이나 2002년 4111건에 비해 20% 이상 급증했다.
특히 저소득층 맞벌이부부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들은 수업이 일찍 끝나 학교급식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방과 후 친구집이나 오락실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이은주 강사(35)는 “어린 자녀들을 방치하는 방임형 학대는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강사는 “성장기에 제대로 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신체발육이 미숙하거나,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할 경우 성인이 돼서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학교나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선 학교는 방과 후 단순히 아이들을 붙잡아 놓는 수준이 아닌 놀이와 교육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 또 소아과협회 등의 의료인들이 예방접종 등이 필요한 시기가 되면 저소득층 가정에 홍보물 등을 전달하는 것도 빈곤 아동들의 ‘의료적 방임’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보건복지부 아동정책과 관계자는 “아동방임은 더 이상 가정 내 문제가 아니라 범죄”라며 “피해아동의 조기 상담과 교사, 의료인,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김민성씨(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 4년)도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