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탐풀즈’에서 가창력 있지만 못 생겨서 설움 받는 가수 ‘금희’ 역을 맡은 진주. 실제로도 외모때문에 시련을 많이 받았다며 호탕하게 웃으며 고백했지만 인터뷰 내내 선글라스를 벗지 않아 ‘미모’를 확인하지 못했다.-박영대기자
작품의 주연 배우에게 ‘적역’이라는 평은 칭찬이지만, 창작 뮤지컬 ‘탐풀즈’의 주연을 맡은 가수 진주(24)에게 이 말을 하려면 미안함이 앞선다.
‘탐풀즈’(Tomfools)는 ‘못난이’라는 뜻. 노래 실력은 뛰어나지만 못 생긴, 극중 4명의 여성 보컬그룹 이름이다. 가창력 없는 미모의 ‘사파이어 걸스’의 노래를 대신 불러주던 ‘탐풀즈’가 마침내 외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한다는 게 이 뮤지컬의 줄거리다. 남이 불러주는 노래에 입만 벙긋거리는 ‘붕어 가수’와 가요계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은 이 창작뮤지컬에서 진주는 ‘탐풀즈’의 맏이 ‘금희’ 역을 맡았다.
뮤지컬 기획과정에서 캐스팅의 최우선 조건은 ‘가창력과 (못생긴) 외모’였다. 20일 인터뷰에 합석한 제작사 은세계의 선다인 기획실장은 “대본을 읽자마자 진주가 떠올랐다”며 “행여 성형수술을 해서 예뻐졌을까 봐 걱정했는데 만났더니 여전히 ‘상태가 좋아’ 안심했다”고 말했다. 진주는 “주연배우에게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라고 장난스럽게 눈을 흘기면서도 “대본을 읽고 정말로 내 이야기 같아 펑펑 울었다”고 털어놓았다.
진주는 1997년 가수 겸 제작자인 박진영에게 발탁됐고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난 괜찮아’를 불러 주목받았다. ‘어느 날 혜성처럼 등장’한 것 같지만 그의 데뷔과정은 눈물겹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다른 가수의 코러스를 했을 만큼 일찌감치 노래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자신의 음반은 내지 못한 채 ‘탐풀즈’처럼 남의 앨범 취입 때 노래를 대신 불러 주어야했다. 외모 때문에 기획사로부터 거절당한 것은 부지기수였다.
“데모CD만 듣고는 다들 찾아오라고 해놓고 막상 가면 ‘사장님이 출장 가셨다’는 둥 하며 만나주지 않는 거예요. ‘견적 많이 나오겠다’는 말을 들어가면서 5년가량 무명생활을 했죠.”
뮤지컬 속에서 ‘탐풀즈’는 “얼굴을 가리고 앨범을 내자”는 ‘신비 마케팅’을 제안 받는다.
“제 본명은 ‘주진’이에요. ‘진주’라는 이름을 쓰게 된 것도 (박)진영오빠의 일종의 ‘신비 마케팅’이었죠. ‘진주’하면 왠지 얼굴도 하얗고 예쁜 가수가 떠오르지 않아요?”
방송 출연땐 눈이 작아 큰 선글라스를 끼고 나가야했고, 고르지 못한 아랫니가 드러나면 안 되니 최대한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연출지도’도 받았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진주’하면 왠지 말없고 진지한 가수로 알려졌더라구요. 하하”
‘외모’를 전혀 무시할 수 없던 그는 쌍꺼풀 수술도 받았고 치아 교정을 위해 미국의 유명 의사와도 상담했다. 그러나 “치열을 교정하면 구강구조가 달라져 소리가 변한다”는 말에 포기하고 말았다.
가요계의 ‘외모 중시’ 풍조에 설움을 겪었지만 이에 대한 진주의 생각은 대범하다. “대중을 잡아끄는 매력은 필요해요. 그 기준이 외모든 노래실력이든, 대중이 원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저야, 노래 실력을 더 키워야겠지만….”
곧 5번째 앨범을 내놓을 진주는 새로 옮긴 소속사 대표 김성현씨(24)와 약혼한 사이다. “만약 제가 ‘사파이어 스1’같이 예쁜 가수였다면 이럴 때 ‘애인 없어요’라며 딱 잡아뗐겠죠?(웃음)” 공연은 29일까지. 진주는 금토일 출연. 02-747-2250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이 기사 작성에는 인턴기자 유재인양(이화여대 광고홍보 4년)도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