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로 유명한 포르셰 차량에서 열쇠를 꽂는 키 홀(key hole)은 운전자의 왼쪽에 있다. 이를 모르고 탄 운전자는 처음에 오른쪽에서만 키 홀을 찾다가 당황하기 십상.
왼쪽 키 홀은 각종 레이싱 대회 우승에서 다져진 스포츠카의 전통에서 유래한다.
과거 레이싱은 레이서가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특정 출발선에서 차량까지 달려가 시동을 켜는 시간까지 모두 기록으로 계산했다.
따라서 0.01초라도 아끼려면 재빨리 탑승과 동시에 시동을 걸어야 했던 것. 이를 위해 키 홀은 레이서의 손이 먼저 닿는 왼쪽에 장착됐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포함한 모든 차종에 트윈 머플러를 채택한 것도 레이싱 역사의 영향이다.
스포츠카의 전통이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는 또 다른 부분은 색상.
재규어는 과거 레이싱카의 상징적인 색상이었던 초록색 계열의 브리티시 그린(british green)을 많이 쓰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포츠카의 은색은 레이싱 경기 당시 ‘실버 애로(silver arrow)’란 별칭을 안겨줬던 대표적인 레이싱 차량 색상. 경기 때 차량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하기 위해 도색을 모두 벗겨낸 결과였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