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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인터뷰]9집앨범 갖고 돌아온 김건모

입력 | 2004-08-24 17:32:00

김건모는 '방송 출연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중견가수로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라고 말했다.-사진제공 태인엔터테인먼트


“솔직히 눈치 보는 거죠. 이제 제가 설 땅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요.”

가수 김건모(36)가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진짜 눈치 보듯 눈을 굴렸다. 특유의 유머지만 그는 더 이상 TV 오락프로그램에서 이 같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말 “TV 출연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라이브 무대로만 팬들을 만나고 음악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팬들로부터 외면 받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10년 한 사람이 사표내고 진짜 자기 일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1992년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로 데뷔했으니 올해 12년이 됐다.

톱 가수가 너무 엄살떠는 게 아니냐고 하자 그는 “예전에는 열심히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젠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충격이 너무 클 것 같다”며 “(앨범을) 10만장씩 5년 팔기보다 5만장씩 10년 파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80만장 판매를 기록한 ‘잘못된 만남’ 등 밀리언셀러를 여러 개 지닌 가수가 크게 후퇴하는 셈이다.

그가 9월 1일 아홉 번째 앨범을 내놓는다. 아울러 9월 10∼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콘서트도 갖는다. 이후 전국 15개 도시에서 30회 콘서트를 펼친다. 라이브 무대를 통해서만 새 노래를 알리겠다는 취지에서다.

김건모가 새 앨범에서 공을 들인 부분은 음악적 공간감.

“악기를 많이 써 꽉 찬 느낌을 주기 보다는 조금 헐렁한, 그래서 노래 안에 공간감이 느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수록곡들은 애써 듣는 이의 귀를 잡으려 하지 않는다. 편안하게 다가오는 노래들이 많다. 타이틀곡 ‘잔소리’는 7집의 ‘미안해요’가 연상되는 잔잔하면서도 애절한 발라드. 오랜 연인과 헤어진 남자가 지겨워하던 그녀의 잔소리마저 그리워한다는 내용이다.

김건모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는 ‘흐르는 강물처럼’도 같은 느낌의 발라드. ‘흐르는 저 강물 위에 나의 거짓 없는 사랑을 띄워 버리고 떠나리’라는 가사가 특히 마음에 든다고 그는 말한다.

‘가족’은 브라스 연주를 가미한 재즈 분위기의 노래.

흥겨운 힙합 댄스 ‘Mr. 빅맨’, 레게 스타일의 ‘여자들이란’, 마음은 20대이나 몸은 40대인 30대 노총각의 이야기를 다룬 ‘경매’ 등에서는 절제된 흥겨움이 김건모의 원숙미를 엿보게 한다.

선배들의 노래 두 곡도 리메이크해 담았다. ‘장미’는 밴드 ‘사랑과 평화’가 발표한 노래로, 김건모는 입에 물고 노래하면 울림을 내는 ‘토크박스’ 악기를 사용해 이 노래를 독특한 분위기로 재해석했다. 홍민의 ‘석별’은 편곡을 하지 않고 그대로 불렀다. 그는 “‘석별’을 2년 전에 들었는데 너무 슬퍼 내 앨범에 꼭 넣으리라 다짐했다”고 말했다. “제 노래를 듣고 자란 팬들은 저와 함께 나이를 먹어갑니다.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노래를 하려고 해요. 이젠 ‘잘못된 만남’ 같은 노래는 추억 속에 존재합니다.”

9집 발매 기념 공연은 10일과 11일 오후 7시반, 12일 오후 5시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 5만5000원, 7만7000원. 02-522-9933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