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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연출가 몰려온다…주요 연극-뮤지컬 연출 늘어

입력 | 2004-08-24 18:18:00


국립극장은 9월 11일 막을 올리는 몰리에르 원작의 17세기 희극 ‘귀족 놀이’의 연출을 프랑스인 에릭 비니에(사진)에게 맡겼다.

‘귀족놀이’는 작품이 까다로워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데다 프랑스의 대표적 고전인 만큼 원작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프랑스인 연출가가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 또 국립극단 최초로 해외(프랑스)에서도 공연할 작품인 만큼 현지인의 정서를 고려한 연출이 필요하다는 점이 감안됐다.

이처럼 외국인 연출가가 내한해 국내 공연의 연출을 맡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연극보다는 뮤지컬에서 두드러진다.

서울 대학로에서 29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는 영국인 글렌 월포드가 연출을 맡았다. 9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리는 ‘크레이지 포 유’도 미국인 커비 워드가 연출을 맡아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중. 21일 막을 내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역시 미국 연출가인 데이비드 스완이 맡았고, ‘제작비 120억원의 대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미녀와 야수’의 연출가 샘 스칼라모니 역시 미국인이다. 최근의 주요 뮤지컬 4편 모두 외국인 연출가의 지휘 아래 무대에 오르는 셈이다.


올 여름 국내 무대에서 막을 올린 외국인 연출 브로드웨이 뮤지컬들. ‘블러드 브라더스’(왼쪽)와 ‘미녀와 야수’.-동아일보 자료사진

이런 현상은 직접적으로는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라이센스 뮤지컬’ 수가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

신춘수 오디 뮤지컬 컴퍼니 대표는 “라이센스 작품의 경우, 한국 연출자들은 원작의 문화적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원작의 메시지를 잘못 전달할 수 있는데 반해, 외국 연출가들은 그럴 위험이 없다”고 장점을 말했다.

자연히 외국인 연출가를 초빙하는 작품은 국내 초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크레이지 포 유’ ‘미녀와 야수’ ‘지킬 앤 하이드’는 모두 국내 초연 뮤지컬이고 ‘블러드 브라더스’ 역시 번안돼 공연된 적이 있지만 사실상 초연에 가깝다.

외국 연출가는 6∼8주 국내에 체류한 뒤 공연이 시작되면 돌아가기 때문에 국내 연출가가 연출 노하우 등을 전수받고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외국의 연기 방법과 연출 방식을 접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들도 만족해한다.

그러나 외국인 연출의 단점으로 ‘문화적 차이’가 꼽힌다. 국내 관객의 정서에 맞도록 원작에 대한 다소의 손질이 불가피한데 이 점을 이해시키는 게 어렵다는 것. 이밖에 국내 배우 및 스태프와 외국 연출가와의 의사소통, 국내 연출가를 기용했을 때보다 높은 제작비용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국내에 오는 외국 연출가들은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연출가가 아니라 대부분 미국 내 순회공연 등을 맡는 ‘B급’ 연출가들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연출료는 국내 연출가의 약 2배 수준인 2만∼2만5000달러(약 2300만∼2900만원)선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