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까, 아니면 좀 더 기다릴까.’
주택거래신고제,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등 정부의 다양한 규제정책 때문에 부동산 시세가 올해 상반기 이후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두 달 새 10% 이상 가격이 빠진 곳도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매수 희망자들은 가격이 조금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어 쉽사리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는 여전히 부진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정부의 규제 정책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연말까지는 ‘지속적 하락’을 점치고 있다.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과연 어떻게 변할 것인가. 전문가 6인의 의견을 들어봤다.
▽조금 더 기다려야=‘아직 바닥은 멀었다’는 의견이 다소 우세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서민들이 2001, 2002년에 대출을 받아 구입했던 아파트를 매물로 많이 내놓고 있지만 매수세가 없다”며 “금융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내년 초까지는 더욱 가격을 낮춰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전세금이 많이 떨어진 데 비해 매매가가 아직 턱없이 높은 수준이며 사람들의 투자심리 역시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매매가의 추가 하락 여력이 있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하락세가 곧 멈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스피드뱅크 안명숙 연구소장은 “8월 중순부터 하락세는 많이 둔화됐고 가을 이사철인 9월부터는 조정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부산 등 지방 7개 도시에 대한 ‘주택투기지역 지정’이 해제된 데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의식해 시장의 숨통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대표는 “주변에 개발 호재가 있는 곳 등은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와 상관없이 ‘나홀로 상승’하는 경우가 생겨날 것”이라며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분양권은 값싼 매물이 많은 지금이 매수 적기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려해야 할 다른 변수들은=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이사는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른다면 매물 급증과 가격 폭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며 “유가 상승도 소비 긴축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집값 하락의 직접적인 변수”라고 말했다.
장성수 연구실장은 “‘신행정수도 이전’의 합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부동산 가격 형성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만약 합헌 판결이 나면 수도권 지역은 하락, 충청권은 상승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네인즈 김회춘 대표는 “영·호남권은 특별한 대형 개발의 호재가 없는 한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어도 활황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기존 투자수요가 충청권으로 흡수돼 가격 하락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은=재건축은 당분간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리모델링’도 최근 붐을 이루고 있지만 한강변 아파트나 ‘증축효과’가 확실한 단지에 한해서만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 대표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잇따라 ‘리모델링’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단지별로 구조와 연한에 따라 전면 리모델링이 가능한 곳이 있는가 하면 부분 개·보수 정도가 가능한 단지도 많으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모델링 추진’이란 말에만 현혹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안 연구소장은 “특히 사업승인을 받지 않은 초기 재건축 추진 단지는 아예 재건축 논의를 무효화할 수도 있어 시세의 추가하락폭이 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집값 전망=고 대표는 “집값은 계속 약보합세를 보이다가 2006년부터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서울지역 동시분양 물량이 줄고 판교, 김포, 파주 등 제2기 신도시 분양물량도 2009년 이후에나 입주가 이루어져 2∼3년 후에는 수급 불균형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곽 이사는 “검증된 단지들, 개발호재가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차별화가 한층 심해질 것”이라며 “올 하반기라도 자금이 넉넉하다면 과천 잠실 목동의 우량아파트, 자금이 부족하다면 수도권 광역전철망 역세권의 택지개발지구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