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2일 이달 콜금리 운용목표를 현재의 연 3.75%에서 3.50%로 0.2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수년 전처럼 콜금리 인하에 따라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시중 부동자금 규모가 늘어난다고 해도 주택시장이 활력을 되찾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택 구매력에 당장 영향 없을 듯=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현재 진행 중인 아파트 값 하락과 거래마비 현상은 금리가 아닌 수요 위축에 의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저금리는 전·월세 수익률 하락으로 연결돼 주택 값을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최근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투자 대비 수익성 하락이 원인이 됐다”며 “부동산 시장이 부동(浮動) 자금을 끌어들일 체력도 없고, 다른 재료도 없는 상태임을 감안하면, 단지 이자가 싸졌다는 이유만으로 투자가 활성화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에이스부동산 관계자는 “금리인하 발표 이후 매수세는 살아나지 않았다”며 ”지금 부동산에 투자해서 시세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자비용이 줄었다고 투자자들이 다시 아파트나 주상복합에 몰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변화 동반할까=정부는 최근 부동산정책을 ‘무조건적인 억제’에서 ‘선별적 억제’로 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최근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지방광역시들의 투가과열지구 지정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부동산정책 변화가 금리인하와 맞물리면 시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부동산정보업체 네인즈의 조인숙 리서치 팀장은 “시중 유동자금이 아직 풍부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부동산 정책이 조금만 완화되어도 자금이 다시 몰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여기에 인하된 금리는 서민들의 투자심리까지 다소나마 회복시킬 재료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볼 때 부동산 시장의 큰 방향을 바꿀 만큼의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심리도 정부의 정책변화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만으로 시장에 변화를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