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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탄탄한 구조 자유로운 魂…장한나 귀국무대 바흐 연주

입력 | 2004-08-25 18:01:00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첼리스트 장한나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을 연주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첼리스트 장한나는 고독해보였다. 24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의 3배 면적이라는 거대한 공간에, 반주자도 없이, 3000명이나 되는 청중 앞에 홀로 섰기 때문일까. 관객에게 입장 인사를 하는 그의 표정에서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첫 곡 리게티의 소나타에 이어 메인 프로그램인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 3번에서 장한나는 ‘큰 그림’을 그렸다. 최근 인터뷰에서 “로스트로포비치 식의 건축적인 바흐를 들려줄 것이냐, 마이스키 식의 감성적인 바흐를 들려줄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는 “다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장한나 식의 바흐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문에 대한 현답이었다.

그 답대로, 그의 바흐에는 건축적인 엄격한 면과 자유로운 면이 적절하게 섞여 있었다. 첫 곡 ‘프렐류드(전주곡)’부터 그는 강약의 대조를 선명하게 부각시켰고, 한 마디 안에서 박자를 자유롭게 배분하는 ‘루바토’의 색깔을 짙게 드러내 주관적이고 자유로운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자유로운 소재를 이용해 그는 엄격한 구조의 집을 쌓아올렸다. 템포의 변화는 큰 틀 안에서만 이루어졌으며, 큰악절의 끝을 길게 늘어뜨리는 등 틀을 벗어난 자유로운 프레이징(분절법)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별장’보다는 ‘성곽’처럼 보이는 집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벽돌과 기왓장 하나하나가 다채로운 무늬를 가진 바흐의 집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객석의 분위기는 다소 서늘했다. 6번이나 되는 커튼콜을 받고 2곡의 앙코르를 선사했지만 장한나의 고국무대에 동반되던 특유의 따스함은 찾기 힘들었다. 부분적으로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못한 연주자의 표정에도 이유가 있는 듯 보였다.

장한나 전국 순회 콘서트는 전주 수원 광주 울산에 이어 9월 4일 제주 문예회관 공연으로 막을 내린다. 02-749-130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