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새끼를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듯 살아 움직이는 현장으로 내던져라.’ 현장 체험 면접은 사자의 냉혹한 자식 테스트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이는 취업 지원자를 일정 기간 실무 현장에 투입시켜 일하는 태도와 적성을 관찰하는 방식. 지원자로서는 몇 분 만의 면접만으로는 보여 줄 수 없었던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기회이기도 하다. 회사측은 제품을 팔아 보라며 지원자들을 길거리로 내보내는가 하면 영업 현장에 투입해 실제 업무를 맡겨 보기도 한다. 술자리에서 과음을 유도한 뒤 다음 날 출근시간을 체크해 성실도를 측정하는 등의 테스트도 있다.》
현장체험 면접은 지원자의 실력뿐 아니라 조직적응력, 사회성, 재치, 과제 해결 방식, 순발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피자헛이나 한국맥도날드, 베니건스 등 현장에서의 서비스 정신과 태도가 중요한 외식업체와 포스코건설, 세이브존, 해태제과 등에서 이 면접을 진행한다. 소수 정예의 적임자를 뽑는 회사나 언론사에서도 채택되고 있다.
▽한 인간을 뜯어보는 종합 테스트=작년 말 3년째 계속되는 샘표식품의 현장 실습 면접 현장.
4명으로 이뤄진 팀별로 요리 재료를 주고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A씨는 1단계 회의 과정에서 “젊은이들의 열정을 요리 콘셉트로 잡자”며 본인이 주장한 누룽지탕으로 팀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팀은 이어 샘표식품을 뜻하는 샘 천(泉) 자로 밥을 붙여 누룽지를 만들었다. 마지막 요리 프레젠테이션 시간에는 계속 달궈 놓았던 프라이팬에 소스를 끼얹어 확 타오르는 모습을 연출하며 ‘열정’을 표현해 냈다.
샘표식품이 작년 실시한 현장체험 면접에서 지원자들이 주어진 재료로 어떤 요리를 만들지 의논하고 있다(왼쪽). 외식업체인 미스터차우는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파티를 열어 사교성과 친화력 등을 알아보는 독특한 현장체험 면접으로 눈길을 끌었다. -사진제공 샘표식품, 미스터차우
A씨는 팀원 조정 능력과 협동심, 창의성 면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A씨의 팀과는 달리 B씨가 속한 팀의 요리는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모양이 망가졌고 맛도 나오지 않았다. B씨는 급하게 요리 결과에 맞춰 콘셉트를 새로 짜맞췄고 간을 다시 맞추고 새로운 재료를 추가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는 리더십과 순발력, 재치 등에서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크게 끌었다.
면접이 끝난 뒤 뒤처리와 설거지 등 궂은일을 묵묵히 한 사람은 추가 점수를 받았다.
샘표식품 전략기획팀 오충렬 이사는 “요리 맛과는 상관없이 누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행동하는가, 돌발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어떻게 협력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가 등을 살펴본다”고 설명했다.
▽아름답게 튀면 성공=롸이즈온이 운영하는 외식업체 미스터차우는 작년 늦가을 파티를 열어 참가자들의 태도를 살피는 독특한 체험 면접을 실시했다.
이는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를 해야 하는 외식업체 특성상 사교성과 사회성을 시험하기 위한 것.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스스로 흥을 돋우고 자연스럽게 파티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이었다.
이날은 이벤트에 참여하는 적극성, 정확한 의사 표현 능력 외에 옷차림까지도 개성 표현 여부의 기준으로 모두 채점 대상에 포함됐다. 300명의 지원자 가운데 이 방식으로 120명이 추려졌다.
롸이즈온 김의열 인재관리팀장은 “끼와 개성이 중요한 분야인 만큼 적성이 업무에 맞는 사람인지를 따진다”며 “적당히 아름답게 튀는 사람이면 우선 합격”이라고 말했다.
단 심사위원을 의식한 과장된 행동은 오히려 점수를 떨어뜨린다. C씨는 심사위원이 가까이 올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가식적인 쇼맨십을 연출하다 점수가 오히려 깎였다.
▽진지함과 성실성=체험 면접 기간이 일주일 이상 되는 경우 꾸준한 성실성과 노력하는 자세가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포스코건설은 7월 100명을 대상으로 1주일의 합숙 훈련과 2주간의 개별 부서 배치 업무를 통한 체험 면접을 실시했다.
실무자급 평가단은 지원자들과 매일같이 먹고 자면서 개개인의 성격과 지원 배경, 희망 업무 등을 파악했다. 수치화된 점수를 주지는 않았고, 튀는 사람을 뽑는다기보다는 부적응자를 골라내는 식으로 진행됐다. 나쁜 평가를 받은 몇 명은 조별 행동에서 이탈하거나 다른 지원자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늦잠을 잔 뒤 시간을 어긴 사람들이었다.
5월 매장근무 지원자를 대상으로 현장 면접을 실시한 피자헛은 40명가운데 2명을 탈락시켰다. 과거 다른 회사에서의 경력을 내세우며 허드렛일을 꺼린 D씨, 자기주장을 내세우다 다른 지원자와 말다툼을 벌인 E씨가 여기에 포함됐다.
피자헛 김회연 과장은 “긍정적인 태도로 매일 열심히 현장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 준 상당수 지원자에게는 ‘꼭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최고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맥도날드 입사 김진호씨 “직위 의식않고 모르면 물었죠”▼
“비결은 ‘모르면 물어본다’입니다.”
5월 맥도날드에 입사해 매니저 수련 과정을 거치고 있는 김진호씨(25·사진)의 ‘현장체험 면접’ 통과 비법이다.
충남 서산시 한서대 식품생물공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외식업계에서 일하고 싶었다. 가고 싶던 회사인 맥도날드에 신입사원으로 응시해 서류전형과 1차 면접을 통과했지만 남은 것은 가장 힘들다는 현장체험 면접.
이틀간의 현장체험에서 김씨는 첫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다음 날은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 반까지 매장 유리창을 닦거나 대형 쓰레기통을 비우고 햄버거를 만드는 등 생전 처음 겪는 낯선 경험을 해야 했다.
그는 이 생소한 과정을 잘 통과하기 위해 우선 아르바이트생에게 다가갔다. “합격하면 매니저가 되겠지만 체험 면접에서만큼은 아르바이트생을 선생님처럼 대하겠다고 마음먹었다”는 전략은 적중했다.
햄버거를 만드는 아르바이트생을 붙잡고 햄버거 만드는 법을 알려 달라며 묻고 또 물었다.
또 유리창을 닦는 순서와 걸레를 둔 장소까지 끊임없이 물어보았다. 가끔 선배 매니저가 지나가며 실수를 지적하면 환히 웃으며 “아 그렇군요.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던 김씨의 밝고 긍정적인 자세는 선배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또 이틀간 힘들게 일해 번 3만원을 함께 현장체험 면접을 봤던 동료와 모두 모아 새벽 근무를 마친 아르바이트생들과 맥주를 한잔씩 했다.
김씨는 몰랐지만 맥도날드는 아르바이트생, 매니저, 점장이 공동으로 신입 매니저 지원자를 평가한다.
김씨에 대한 세 그룹의 평가는 ‘이야기를 잘 들어 주고 동료들과의 친화력이 남다르며 리더십도 갖춘 사람’이었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