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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일과 꿈]박기태/세계의 친구들과 한국사랑 나누기

입력 | 2004-08-25 18:43:00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친구가 한국을 사랑하도록 하려면 무한한 정성과 인내심, 책임감이 필요하다.

사이버 민간외교사절단 ‘반크’는 사이버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한국 역사 관련 오류를 시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외국 학자, 출판사 대표, 웹사이트 담당자들과 만나다 보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인으로선 왜곡된 것을 고쳐 달라는 당연한 요구이지만 그들로선 오랫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이 정확하다고 믿지 않겠는가.

나 역시 한국인의 급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터라 처음에는 즉각 고쳐 달라고 요구하고, 그게 안 되면 불만을 표시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꾸준하고 소박한 설득만이 외국인의 마음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많은 사람들은 반크가 외국 유명 교과서나 지도를 만드는 출판사를 상대로 한국사 왜곡을 시정하도록 요구한 사례를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나는 평범한 외국인들, 특히 자라나는 외국 청소년들과 교류하며 한국을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반크의 출발은 소박했다. 군에서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한 뒤 영어를 배우려고 외국 젊은이들과 e펜팔을 시작했다. 무작정 미국, 유럽 대학의 아시아 관련학과 웹사이트 게시판에 영어로 자기소개서를 띄웠다. “나는 월드컵이 열리는 나라, 한국의 젊은이다. 한국에 관심 있는 세계 친구들과 사귀고 싶다.”

하루에 수십 통의 e메일이 쏟아졌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걱정거리가 생겼다. 이들이 한국 역사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아예 모르고 있다는 것.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를 보내 주며 “한국의 위치를 가르쳐 달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한국은 중국의 지배를 받았으니 중국인들과 피가 섞였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비로소 나는 외국인들이 보는 세계지도에는 동해가 일본해로 돼 있으며 그들이 접하는 교과서와 웹사이트에는 한국이 중국 식민지로 소개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동해는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말이고 광개토대왕, 장보고, 왕건 등도 ‘한국만의 역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충격이 컸다.

그때부터 토익 고득점을 위해 공부하던 나의 대학생활은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을 바로 알리기 위한 시간들로 채워졌다. 좋은 회사에 취직하려던 꿈은 한국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외국에 알리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드는 계획으로 바뀌었다.

반크 회원들로부터 받는 평생회비 2만원으로 조직을 꾸려 나가고 개인적인 생활도 해야 하니 경제적으로 빠듯하다. 그러나 자국 교과서의 일본해 표기를 동해로 바꿔 달라고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는 외국인 친구들을 접할 때의 그 기쁨을 어디에 견주겠는가. 또 한국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싶다며 외교관 시험을 준비하는 외국 친구들의 얘기를 들을 때의 감격은 뭐라 표현하겠는가.

▼약력▼

1974년생으로 서경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1월 ‘외국 친구들과의 e메일 펜팔 교류’라는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했다가 이를 확장해 같은 해 5월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Korea) 사이트(www.prkorea.com)를 정식 발족했다. 현재 반크 회원은 1만4000여명에 이른다.

박기태 ‘반크(한국바로알리기 민간기획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