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실에서 관람한 것을 직접 만들어 보니 너무 재미있어요.”
24일 오전 11시 반경 대전시 서구 만년동 대전시립미술관 어린이 실기실. 사회복지시설 ‘평화의 마을’ 어린이 27명이 점토로 딱정벌레를 만들거나 숨은 그림 속의 동물을 찾아 그리는 미술 활동을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박모양(10)은 상어와 토끼를 숨은 그림 속에서 찾아 그려놓은 뒤 “내 솜씨 어때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이들은 대전의 제빵회사인 성심당이 제공한 간식이 나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이에 앞서 ‘그림 속 동물여행’과 ‘사진, 그 투명성의 신화’ 등 기획전시를 이 미술관의 어린이 미술강좌 강사들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했다.
평화의 마을에 근무하는 차정은 사회복지사(26)는 “시설 아이들의 경우 만들기나 그리기로 오감을 발달시켜주지 않으면 성격 형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다”며 “하지만 먹거리 아닌 문화 예술을 지원하는 경우는 없어 아쉬웠는데 참 유익한 나들이였다”고 말했다.
이들의 미술관 나들이는 23일부터 시작된 ‘미술문화 소외 지역(시설) 어린이교육 프로그램’의 일환.
시립미술관 측은 시민의 자산인 미술관이 일부 계층의 전유물처럼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 이 프로그램을 주요 사업으로 마련했다.
23일 성우보육원생 22명이 미술관을 찾은데 이어 27일 성심보육원과 후생학원생 24명이 찾을 예정. 성심당은 앞으로도 행사 때마다 계속 간식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지호 시립미술관장은 “미술관은 모두에게 개방돼 있지만 실제로는 여유가 있는 계층이 주로 이용하고 있어 소외 시설 등으로 눈길을 돌렸다”며 “차량이 없는 시설의 교통 대책이 마땅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