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작가가 쓰고 2명의 PD가 공동연출하는 KBS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사진제공 KBS
‘한 명의 천재보다 열 명의 둔재가 낫다?’
TV 드라마의 극본이나 연출을 복수의 작가와 PD가 맡는 협업(協業)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KBS1, 2에서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는 9월4일 시작되는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포함해 모두 10편. 이 중 극본이나 연출 어느 한쪽을 두 명 이상이 맡고 있는 드라마가 6편이다.
KBS1 ‘불멸의…’는 윤영수 윤선주 박영숙 장기창 등 4명의 작가가 쓰고 이성주 한준서 2명의 PD가 공동 연출한다. KBS2 월화드라마 ‘구미호 외전’은 극본이 2명, KBS1 일일극 ‘금쪽같은 내 새끼’는 연출이 2명이다.
SBS는 7편의 드라마 가운데 5편이 협업 드라마다. 28일 시작되는 주말극 ‘매직’은 홍창욱 고경희 공동 연출이고, 월화 드라마 ‘장길산’과 아침 드라마 ‘선택’도 2명의 PD가 공동 연출한다. 올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파리의 연인’은 작가와 연출자가 각각 2명씩인 협업 드라마였다.
MBC는 6편의 드라마 가운데 협업으로 제작되는 드라마가 2편으로 경쟁 채널보다 적은 편. 월화극 ‘영웅시대’가 소원영, 박홍균 공동 연출이고 수목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이 김의찬 정진영 공동 극본이다.
드라마 제작의 협업 추세에 대해 SBS 운군일 드라마국장은 “한국 드라마가 세계무대에서 주목받을 만큼 수준이 높아져 한 사람의 천재에 의존하기에는 업무량이 많고 질적 강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드라마의 일관성보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시트콤의 경우 협업 추세가 두드러진다. SBS 일일 시트콤 ‘압구정 종갓집’은 작가가 12명, 연출이 4명이다. KBS 성장드라마인 ‘반올림’은 작가 3명에 연출 4명이다.
‘반올림’의 연출자인 최세경 PD는 “젊은 시청자들은 한 드라마 안에 코믹과 멜로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뒤섞여 있는 퓨전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여러 명의 작가와 연출자들이 각자 개성을 살리고 아이디어를 짜내 협업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 여건의 변화도 협업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매직’의 홍창욱 PD는 “요즘에는 스타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캐스팅이 지연되는 바람에 방영 한 달 전에야 제작에 들어가게 된다”며 “한 사람의 연출자로는 물리적으로 제작이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또 스튜디오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야외 촬영분이 많아지면서 협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계에서는 드라마의 협업 추세가 대세임을 인정하면서도 작가나 연출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드라마가 줄어드는 것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MBC 이재갑 드라마국장은 “협업 추세는 드라마를 혼자 감당할 만한 역량 있는 스타 작가와 연출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