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보법 폐지권고 철회하라”서울 재향군인회 회원 150여명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1가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인권위는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를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집회 도중 청사로 진입하려 하자 경찰이 막고 있다.- 박주일기자
헌법재판소가 26일 찬양고무와 이를 목적으로 한 서적 및 그림 소지 행위 등을 불법으로 규정한 국가보안법 7조 1항과 5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국보법을 제대로 운용하는 게 문제지 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국보법 일부 조항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국보법 개폐 논란에 대한 헌재의 입장을 확실하게 나타낸 것이어서 정치권의 입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결정 배경과 내용=심판 대상이 됐던 국보법 조항은 1991년 5월 개정되면서 확대해석의 위험성이 거의 없어졌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개정 국보법 7조 1항에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단서조항이 추가돼 있다. 헌재는 이 단서조항의 해석 기준은 헌재의 기존 결정이나 법원 판례, 학설 등으로 개념 정립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적용하면 법이 함부로 적용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 같은 흐름에서 법 자체가 추상적이지도 않아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게 헌재의 해석이다.
또 자유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찬양 고무’하거나 그 같은 목적으로 관련 서적, 그림, 표현물 등을 소지 판매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에 양심 및 사상의 자유나 언론 출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1996년 이후 4차례에 걸쳐 같은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국보법 자체에 위헌적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헌재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전망=현재 정치권 등에서는 국보법이 범죄 혐의나 대상 등을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고, 시대착오적인 규정이 많아 ‘전면개정이나 폐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헌재의 이번 결정은 국보법 ‘존치나 일부 개정’을 주장하는 쪽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국보법 존치를 강조하는 헌재의 입장은 결정문 곳곳에서 드러난다.
헌재는 국가 안전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기존 형법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는 논리에 대해 “형법상 내란죄 등 규정과는 별도로 국보법은 독자적인 존재 의의가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 사건 결정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입법부가 헌재의 결정과 국민의사를 수렴해 입법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4일 정부에 국보법 폐지를 권고한 것과 정반대의 입장이다.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의 의견과도 대립된다.
이번 결정이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내려진 점도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어쨌거나 헌재의 결정으로 국보법 개폐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더욱 거세지게 됐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