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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헌재 결정의 의미 존중돼야

입력 | 2004-08-26 18:44:00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중에서 논란의 핵심이던 제7조(찬양 고무 및 이적표현물 소지죄)에 대해 전원일치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국보법 존치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헌재의 결정은 이틀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일부 조문의 개정으로는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치유할 수 없다’며 국보법의 전면 폐지를 권고한 것과는 상반된 결정이다.

헌재가 국보법 개폐 논란 속에서 핵심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를 수호하기 위해 국보법 완전 폐지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헌재는 국보법 제7조 규정이 1991년 개정되면서 법규 개념의 다의성(多義性)과 적용범위의 광범성(廣範性)이 제거돼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91년 개정된 법률에서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라는 조건이 덧붙여져 자의적 적용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 제거된 점이 헌재의 이번 결정에서 참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적표현물 소지죄의 경우에도 학문연구나 순수 예술활동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대법원 판례로 확립돼 있다. 그러나 헌재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소지한 경우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구속기간을 20일 연장토록 한 19조 등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국보법의 개정이 불가피해졌지만 전면 폐지보다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 같다. 국회는 국민 여론과 국제사회의 지적 그리고 헌재 결정을 존중해 문제 조항을 개정하는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