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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바시 요이치 칼럼]아테네의 美·中·日

입력 | 2004-08-26 19:20:00


아테네 올림픽 참가국의 메달 획득수를 순위(25일 밤 현재)별로 보면 미국(73) 중국(51) 러시아(48) 호주(38) 일본과 독일(32) 프랑스(25) 순이다.

금메달 수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25, 24개로 비슷하다.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수 있을까. 세계는 이제 미중 2강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은 1990년대 경제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올림픽에서도 활약이 두드러졌다. 중국 정부는 참가국이 적어 메달 획득이 쉬운 종목을 중심으로 메달 획득 전략을 짠다. 이런 장기 계획과 여성의 메달 획득력이 중국을 강하게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 여성의 메달 획득률은 63%나 된다(주요 선진 7개국의 평균 여성 메달 획득률은 51%).

일본도 건투하고 있다. 미 국무부에서 만난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 담당 차관보는 “일본이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대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일본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정권의 중추에 있는 미일동맹 중시파의 말이기는 하나 듣기 좋은 말이었다.

일본은 원래 개인경기보다 단체경기에서 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개인종목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배구 축구 등에서는 집단의 힘을 엮어 내는 노력이 부족했다.

미국은 변함없이 강하다. 수영 육상은 물론이고 여자 축구와 여자 소프트볼 같은 단체경기에서도 강했다. 오산은 농구였다. 인기 프로선수로 짜인 드림팀인데도 푸에르토리코와 리투아니아에 패했다. 스타가 반드시 드림팀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 스타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미 여자 축구팀의 득점력을 갖춘 수비수 조이 포셋(35)은 예전에 경기 도중 휴식시간에 아이에게 젖을 먹인 적이 있다. 이 일도 있고 해서 미국팀을 응원하려 했는데 브라질과의 대전을 TV로 보다 그런 생각을 거두었다. 선수들의 행동이 야비했다.

기적의 역전이라고 미국 언론매체가 떠들어 댄 체조 개인종합우승은 심판의 실수였다. 금메달은 폴 햄이 아닌 한국의 양태영에게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미국 언론의 논조는 한국팀과 코치의 재심 요구방법이 졸렬해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비웃은 칼럼도 있었다.

그날 밤 미국인 택시 운전사에게 나는 “햄이 메달을 양 선수에게 넘겨주면 문제는 끝이다. 햄은 일약 영웅이 될 텐데…”라고 말했다.

택시 운전사는 답했다.

“판정이 이상해도 따를 수밖에 없다. 4년 전 플로리다 대선 투표결과도 그랬다. 인간사회에서 절대적 진리를 쉽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규칙이 있는 것 아닌가. 설령 그가 그렇게 말하고 싶어도 코치한테, 국민한테 욕을 듣게 될 것을 두려워해 말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럴 수도 있을 터이나 어쩐지 아쉽다. 지금 미국의 최대 과제는 세계인의 마음을 어디까지 붙잡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