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김모씨(55·경북 영주시 영주1동)는 며칠 전 뜻밖의 경험을 했다.
중풍으로 누워있는 팔순 노모를 모시고 혼자 사는 형편이라 집안 청소조차 제대로 못하는데 영주경찰서 직원 10여명이 찾아와 집을 말끔하게 청소해준 것이다.
이어 김씨는 경찰관들이 건네준 용돈과 생필품 등도 받았다.
김씨는 “평소에도 지구대(옛 파출소) 직원들이 들러 보살펴 주는데 이번엔 많이 도와줘 정말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영주경찰서 직원 230여명은 지난달 ‘정을 많이 나누자’는 뜻을 담은 모임인 ‘다정회’를 만들었다.
대부분 영주가 고향인 이들은 ‘경찰관 이전에 고향을 아끼는 주민이 되자’는 취지에서 이 모임을 결성했다.
또 일부 직원이 매달 월급에서 5000원씩을 떼 어려운 주민을 돕는 기금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하자 대부분 직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는 것.
직원들은 이렇게 모은 이달치 기금 120만원으로 김씨를 비롯해 소년가장 김모군(12·영주시 문수면) 등 6명을 도왔다.
어린 아들이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동료 경찰관에게도 치료비를 보태줬다.
농촌지역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순찰 때 혼자 사는 노인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으며, 경찰서에 민원이 있으면 대신 처리해주고 있다.
다정회 회장을 맡은 경무과 서용원(徐龍源·50) 경사는 “쌀 한 가마가 큰 힘이 될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주민이 많은 것 같다”며 “이제 시작이지만 구석구석 살피면서 주민들의 어려움을 찾아 돕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다정회를 결성하자 영주경찰서 전의경들도 이를 본받아 ‘횃불봉사대’를 만들었다.
전의경들은 매주 한 번씩 영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철탄산에서 등산로를 고쳐주면서 주민들이 마음 놓고 등산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주경찰서 전종석(全鍾錫) 서장은 “경찰관은 주민 속으로 들어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주민들은 경찰이 늘 옆에 있는 것처럼 든든하게 생각할 때 범죄도 줄어든다”며 “직원들이 스스로 나선 봉사활동인 만큼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