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푸둥항의 모습
◇중국 각지 상인/천관런 지음 강효백·이해원 옮김/434쪽 1만6000원 한길사
959만km²의 면적에 12억9000만명이 사는 나라. 바로 이웃나라 중국이다.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유럽연합(EU)과 비교해 보자.
최근 25개국으로 확대된 EU의 면적은 398만km², 인구는 4억5350만명. 인구로나 면적으로나 유럽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은 70개국 정도의 덩치를 가진 ‘나라’다. 쓰촨(四川)성의 경우 인구만 1억명이 넘는다. 지방에 따라 언어, 의식주, 가치체계, 풍속이 천차만별인 것도 당연하다.
‘중국인은 술을 잘 마신다’ ‘중국인은 이재(理財)에 밝다’ ‘중국인은 속을 알 수 없다’…. 단편적인 인상만으로 중국 상인에게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친분을 쌓기는커녕 다 된 거래마저 놓치기 십상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잘 익은 오리가 하늘로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먼저 우리와 거래가 많은 산둥(山東) 상인들을 들여다보자. 동의하지 않을 이도 있겠지만, 중국인의 기준으로 볼 때 산둥 상인은 규율을 잘 지키고 착실한 편이다. 반면 고지식하다.
산둥을 여행하던 남방 사람이 대파 더미를 쌓아놓고 파는 상인을 보고 말했다. “이렇게 큰 대파를 누가 한 근씩 산단 말이오? 더 작게 나누어 팔면 되지 않소?” 산둥 상인은 대답했다. “산둥의 대장부는 작은 일에 꾀를 부리지 않소.” 저자는 산둥 상인을 대할 때 겉으로라도 ‘금전보다 의리’라는 태도를 보이고, 협상 중에는 말을 돌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우리에게 산둥보다 심리적으로 더 가까운 곳이 둥베이(東北) 3성. 이곳 사람과 산둥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술의 양을 정하지 않고 마신다는 것. 이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억지로라도 마셔야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배운 술자리 매너를 광둥(廣東) 상인들 앞에서 실습했다가는 역시 ‘하늘로 날아가는 오리’를 쳐다봐야 할지 모른다.
둥베이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호쾌하다는 것. ‘동북 호랑이(東北虎)’라는 말이 있듯이, 거짓말을 하거나 깔보았다가는 ‘호환’을 당하기 십상이다. 반면 사기를 쳐도 적은 금액으로는 치지 않는다. 특히 자격증을 속이거나, 적은 금액을 놓고 큰돈이 마련되었다고 큰소리를 탕탕 치는 일이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충고다.
광둥 사람의 특징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는 것.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제안하면 눈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인다. 미신과 풍수를 좋아한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저자의 고향인 후난(湖南) 사람은 어떨까. 통이 커서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그런 만큼 협상 전에 ‘효율성’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해야 한다.
이 책은 ‘지은이의 말’에서 보듯 중국 상인과 거래하려는 외국인들을 위해 쓰여졌지만 중국 내에서 먼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인들조차 타 지역의 문화 및 상거래 습관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었다는 증거다. 하물며 우리 같은 외국인들이야.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지역에 따라 중국인을 ‘유형화(類型化)’하는 일 또한 경계해야 할 듯하다. 우리 주위만 해도 ‘성미 급하고 지기 싫어하며 새것에 흥미가 많은’ 전형적인 한국인상과 사뭇 다른 이웃이 얼마나 많은가.
원제는 ‘中國各地商人性格特徵調査報告’(2002년).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