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힘센 경찰’ 法개정 논란… 경찰측 “공권력 집행 효율화”

입력 | 2004-08-27 18:25:00


《‘공권력 강화냐, 인권침해냐.’ 최근 경찰직무와 관련된 법들이 일제히 공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인권침해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절충점을 어떻게 찾을지 주목된다. 경찰은 지난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데 이어 올해에는 불심검문 강제집행 등을 위해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경찰은 또 지구대(옛 파출소) 내에서 만취자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취(酒醉)자보호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공공이익 확보와 강력범죄 대응능력을 키우기 위한 불가피한 절차”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행정편의주의를 위해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자유가 제약당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화되는 경찰 관련법=경찰의 권한은 경찰관직무집행법이 1981년 전면 개정된 후 5차례 추가 개정을 거치면서 시대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그러다 1990년대 이후 형사사범에 대한 수사편의를 위해 권한이 조금씩 강화되고 구체화되고 있다. 1991년에는 경찰관의 임의동행시간이 기존 3시간에서 6시간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경찰의 권한이 한층 강화됐다. 우선 집시법에 주요도로 행진 금지와 소음규제 등이 포함됐다. 소음규제에 대한 대통령령이 다음 달부터 적용돼 앞으로 집회장소에서는 주택가의 경우 주간 65dB, 야간 60dB, 기타 상가의 경우 주간 80dB, 야간 70dB 이상의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

경찰은 또 지구대에서 음주자와 경찰관의 마찰이 끊이지 않자 주취자보호특별법 신설을 추진 중이다. 음주로 인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을 통제하기 위한 이 법은 일본이나 독일에서 시행 중이다. 술이 깰 때까지 일정 시간 경찰이 신병을 확보하거나 가정 내 음주소란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권보호와 공권력 강화의 딜레마=경찰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 만연해 인권보호 쪽으로 법개정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공권력 경시 풍토가 심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경찰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나 시민단체의 의견은 양분돼 있다.

연세대 법대 한견우 교수는 불심검문 강제집행과 관련해 “헌법에도 개인의 자유는 공공안전을 위해 제약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시민들이 불심검문 때 신분을 밝히도록 하는 것은 ‘범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자기방어적인 측면도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경찰대 김형훈 교수는 “선진국일수록 법적 근거 아래 시민의 자유를 제약한다”면서 “경찰의 권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 남용할 경우 처벌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오창익 인권실천연대 사무국장은 “불심검문은 기소중지자나 음주운전자 단속 효과만 있을 뿐 강력사건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주취자보호특별법도 결국 술 취한 상태를 경찰이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용될 소지가 크다”고 반박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장경욱 변호사도 “경찰의 권한 강화는 국민의 입장에 서기보다는 스스로의 권한을 넓혀 보겠다는 의도”라고 평가절하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