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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건 人材뿐”… 대기업 너도나도 ‘인재경영’ 깃발

입력 | 2004-08-27 18:50:00


《삼성 LG 현대기아자동차 SK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잇달아 ‘인재(人材)경영’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기업들 사이의 ‘인재 확보전(戰)’이 국내외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통적 산업에서 ‘지식기반형 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기업들이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인재경영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 같은 주요 그룹의 분위기가 다른 중견 기업들에도 연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인재경영의 ‘원조(元祖)’ 격인 삼성은 다소 여유 있는 입장. 삼성은 그룹 창립자인 고 이병철(李秉喆) 회장이 평생 ‘인재 제일’을 경영 원칙으로 삼은 데 이어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며 인재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의 인재관은 또 2002년 5월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인재전략 사장단 워크숍’에서 내놓은 ‘천재론’으로 구체화됐다. 이 회장은 “21세기는 탁월한 1명의 천재가 1000명, 1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이자 지적 창조력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또 CEO와 임원들이 나서 해외 석박사급 인재를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LG그룹 구본무(具本茂) 회장은 26, 27일 이틀간 LG인화원에서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열어 그룹 차원의 우수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날 구 회장은 “CEO까지 ‘헤드헌터’가 돼 ‘연봉 국적 형식’을 가리지 말고 국내외 인재를 유치하자”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전자 등 5개 전자계열사와 LG화학 등에서 2007년 말까지 1만1800명의 신규 연구개발(R&D)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으며 임원들의 평가에 인재의 확보와 육성부문을 대폭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鄭夢九) 회장도 25일 제주도에서 열린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에서 ‘CEO 특강’을 통해 그룹이 지향하는 ‘글로벌 인재상’을 설명했다.

정 회장은 “기업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사람에게 달려 있으며 치열한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미래지향적 21세기형 인재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면서 우수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SK㈜의 최태원(崔泰源) 회장도 7월에 가졌던 ‘신입사원과의 대화’ 모임에서 “사람은 기업의 핵심이며 전부”라며 “CEO들은 우수 인재를 많이 뽑고 양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에 시간과 정력의 80%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요 그룹의 최근 움직임과 관련해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센터 이수희(李壽熙) 소장은 “물적 자원의 투입에 의한 성장이 한계에 부닥친 한국의 기업들이 지식기반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식을 갖춘 핵심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또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은 이공계 인력에 대한 처우개선 등의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국가는 이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