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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토박이’ 도미니카대표, 산체스 조국에 첫 ‘金’ 선사

입력 | 2004-08-27 18:50:00


27일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허들 400m 결선. 어깨에 ‘슈퍼맨’ 문신을 한 펠릭스 산체스(26·도미니카공화국)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TV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도미니카공화국의 국민은 환호성을 올리며 거리로 뛰어나왔다.

대통령궁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관전하던 레오넬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각료들과 함께 축배를 들었다.

이날 도미니카공화국 국민에게 산체스는 슈퍼맨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조국’에 안겼기 때문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사실 산체스는 뉴욕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미국 토박이’. 그는 여전히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훈련하고 있다. 그러나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그의 부모는 항상 집에 고국의 국기를 걸어뒀고 그런 산체스 역시 도미니카공화국을 조국으로 여겼다. 1999년부터 그는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뛰었다.

이날 47초63의 기록으로 우승하면서 산체스는 2001년 2월부터 이어온 연승 기록을 43승으로 늘렸다. 산체스가 국제무대의 최강자로 군림하자 미국 대표팀은 그에게 눈독을 들였다.

미국육상연맹은 올림픽 직전까지도 산체스에게 로비를 했다. 미국은 “가슴에 성조기를 다는 것은 아주 쉽다”고 손을 내밀었지만 산체스는 “도미니카공화국을 대표하는 것에 만족한다”며 거절했다.

그에게는 ‘최강 미국 팀의 한 선수’가 되기보다는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에 공헌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고교시절까지 야구선수 지망생이었던 그는 손목이 부러져 육상으로 전향했다. 2000년 대학선수권을 제패하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시드니에서 구입한 손목 밴드를 차고 올림픽 좌절을 상기하며 자신을 채찍질해 왔다. 산체스는 경기가 끝난 뒤 “이제 더 이상 손목 밴드를 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