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
스파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미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로버트 김씨를 돕기 위해 지난해 7월 17일 후원회가 출범했다. 조국을 돕겠다는 순수한 의도가 결국 미국 법에 의해 스파이 행위로 바뀌는 과정에서 그가 겪은 어려움과 고통을 풀어주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해결하며 김씨가 정말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자는 목표를 세웠다. 출소 후를 준비하자는 것도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그가 출소하고 후원회 해산을 앞둔 지금 이러한 목표들은 무난하게 이뤄진 듯하다. 언론은 지난 8년 동안 김씨의 존재와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언론이 아니었다면 억울함을 호소하는 김씨의 절규는 결코 교도소 담장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국민의 성원은 기적에 가까웠다. 지속적인 후원이 이어졌고 성금과 편지는 김씨에게 절망해서는 안 되는 이유, 한국인으로 살아야 하는 운명을 일깨워줬다. 매일 꾸준히 늘어나는 후원회원들, 자동응답시스템(ARS) 모금에 동참한 5만명 가까운 국민. 이는 한국인들이 결코 빨리 끓고 쉽게 식어버리는 ‘냄비 근성’의 민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은 김씨에게 조국을 돕고자 했던 자신의 선택이 옳았고 자신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위로가 됐다.
우리에게 김씨 사건은 분단의 비극이며 모두의 문제이고 아픔이다. 우리는 김씨를 통해 휴전 상태라는 ‘불안한 평화’ 속에 살고 있는 현실, 미국의 정보 공유로부터 소외된 약소국의 비애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선 안 되고 이런 아픔과 비애를 더 깊은 모국애, 더 강한 동포애, 더 따뜻한 인간애로 한 차원 높게 승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김씨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이웅진 로버트 김 후원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