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슈퍼독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인플루엔자 전문가들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슈퍼독감의 발생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걱정의 배경에는 이른바 ‘슈퍼독감 대유행 주기’가 있다.
슈퍼독감은 1847년 처음 발생한 이후 1918년 스페인독감(2500만 명 사망), 1957년과 1968년 홍콩독감(100만명 이상 사망) 등 30∼40년을 주기로 창궐했다. 그러나 1968년 이후 36년간 슈퍼독감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유럽과 미국을 휩쓴 푸젠 A형의 경우 피해가 크긴 했지만 슈퍼독감은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슈퍼독감이 창궐하면 최소 28만명, 많게는 70만명 이상 목숨을 잃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통 독감은 3종류로 나눈다. 사람과 돼지, 조류에 유행하는 A형,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B형,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C형이 그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게 A형이다. 올해 초 국내에 대유행했던 조류독감은 인체감염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밝혀져 일단 C형으로 볼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항원의 종류에 따라 수십여 종으로 나뉜다. 헤마글루틴(H) 15종류, 뉴라미니다제(N) 9종류가 인간에게 발견됐다. H와 N은 수많은 변종을 일으키지만 실제 인간에게 유행하는 것은 H3N2를 비롯해 30여종이다.
문제는 오리나 닭 등 조류에 있던 바이러스가 돼지로 옮길 때이다. 돼지는 인간과 세포구조가 매우 비슷하다. 그래서 돼지의 몸 안에서 인간형 바이러스와 조류형 바이러스가 유전자 재조합 과정을 거쳐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른바 ‘대변이’다.
대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인간으로 옮겨질 때 위협은 현실이 된다. 이때는 기존의 독감 백신이 소용이 없다. 그러나 미리 접종을 하면 슈퍼독감의 징후를 감지하기가 쉽다.
얼마 전 중국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돼지에게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대변이’의 조짐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