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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反日감정 일으키면서까지 한국뮤지컬 진출할 뜻없다”

입력 | 2004-08-29 17:59:00

아사리 게이타 대표


“한국 뮤지컬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

그동안 국내 뮤지컬 시장 진출 여부를 놓고 공연계 초미의 관심을 끌어 왔던 일본 극단 ‘시키(四季)’의 아사리 게이타 대표(71)가 28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진출 포기’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얼마 전 ‘시키’의 한국 진출을 ‘거대 자본의 문화 침략’이라고 비난하는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회장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의 성명을 접한 뒤 고민을 많이 했다”며 “반일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사리 대표는 한국진출 포기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불과 수 시간 전까지도 한국 기자들에게 “‘시키’가 한국에 진출해 얻는 수익금은 한국 내에서 배우 양성시설을 세우고 지방공연을 하는 데 재투자될 것”이라고 수익금 사용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돌연한 번복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 그는 앞으로 영원히 한국에 진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쇼비즈니스는 3년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내가 3년 뒤까지 살 수 있겠느냐”며 여운을 남겼다.

日시키의 ‘라이언킹’

아사리 대표는 ‘진출포기’ 의사를 밝힌 기자회견 내내 한국의 특정 뮤지컬 극단을 겨냥해 “우리에게 협력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되레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를 통해 반일감정 운운하며 문화산업 진출을 정치적으로 몰아갔다”고 맹비난했다.

또 한국 뮤지컬계에 대해서도 “배우 오디션부터 공정하게 해야 발전이 있을 것이다” “정부에 뮤지컬 전용극장을 지어달라는 한국 뮤지컬 제작사들의 요구는 자신들의 희생 없이 쉽게 일을 하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라는 등 쓴 소리를 했다.

그동안 ‘시키’는 롯데그룹과 손잡고 서울 잠실 롯데월드 인근에 한국뮤지컬 사상 첫 뮤지컬 전용극장을 지어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를 위해 ‘시키’의 뮤지컬 전용극장 책임자가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부지를 살펴보기도 했다.

한편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시키’가 일본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더 큰 시장 확보를 위해 중국과 한국 진출을 노리는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1953년 창설된 일본 최대의 극단인 ‘시키’는 현재 소속 배우 600명을 포함해 10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연간 공연 횟수만 2800회(연 매출 2500억원)에 이른다. 일본 전역에 8개의 뮤지컬 전용극장을 보유하고 있다.

도쿄=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