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계 최대 파벌인 집권 자민당의 ‘하시모토파’가 정치자금 수사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와해 위기에 직면했다.
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29일 오전 도쿄 시내 나가타(永田)의 ‘헤이세이(平成·현 천황의 연호) 연구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실시했다.
이곳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67·사진) 전 총리가 이끌어 온 하시모토파의 사무실로 검찰이 집권당 최대 파벌의 사무실을 수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하시모토파 소속 의원은 중의원 51명, 참의원 32명 등 모두 83명에 이른다. 하시모토 전 총리는 13선 의원으로 1996년 총리를 지낸 바 있다.
도쿄지검은 이날 파벌 회계책임자인 다키가와 도시유키(淹川俊行)를 체포해 정치헌금 1억엔(약 10억원)을 받고도 장부에 기록하지 않은 것이 파벌 간부들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일인지 추궁하고 있다.
하시모토 전 총리는 2001년 7월 참의원 의원 선거 직전 일본치과의사연맹 우스다 사다오(臼田貞夫) 회장으로부터 1억엔짜리 수표 한 장을 받아 다음날 파벌 사무실에 전달했다.
하시모토파는 이를 현금으로 바꿔 2001년 말 ‘떡값’으로 소속 의원들에게 1인당 100만∼200만엔씩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과의사연맹측은 “파벌 사무실에 몇 차례 영수증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발급해 주지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하시모토 전 총리까지 소환조사를 받는다면 하시모토파 자체가 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지난달 30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치과의사연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이 진료비 억제 정책을 추진하자 하시모토파에 접근해 이를 견제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