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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소법 개정안]피의자 人權보호 ‘큰걸음’ 수사권 ‘제자리’

입력 | 2004-08-29 20:12:00


형벌법규를 위반한 사람을 재판하기 위한 소송절차를 형사소송 절차라고 한다. 형사소송법은 이 형사소송절차를 규정하는 법률이다. 현행 형소법은 전문 5편 493조 및 부칙으로 되어 있는데 법무부 개정안에서 대상이 된 조항은 이 중 51개이다.

▼주요내용▼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와 국선변호 확대=검사는 신문(訊問) 전에 변호인의 참여권을 사전에 알려줘야 하며 참여권을 고지하지 않고 작성된 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변호인이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을 제지하거나 특정 답변 또는 진술 번복을 유도하는 등 신문을 방해할 경우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중 일부(미성년자와 70세 이상 고령자, 농아자, 빈곤층)에 한해 시행 중인 국선 변호인제도가 확대됐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와 구속된 피의자, 구속된 피고인 전원에 대해 사선 변호인이 없을 경우 예외 없이 국선 변호인이 선임된다.

▽긴급체포 및 적부심 제도 개선=피의자를 긴급체포했을 경우 ‘지체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해 수사상 필요성이 없음에도 긴급체포를 남용하는 관행을 없애도록 했다.

현행 ‘적부심사’ 제도는 체포와 구속영장 발부의 잘못을 다투는 것이어서 기소된 이후에는 적부심을 신청할 수 없다. 그러나 개정안은 적부심 도중 피의자가 기소된 경우에도 법원이 적부심사를 하도록 했다. 영장에 의하지 않고 긴급체포나 보호실 유치 등 사실상 불법 구금된 경우에도 적부심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구속영장 준항고와 필요적 영장심사(구속 전 피의자 신문제도) 도입=개정안은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사가 준항고를 할 수 있고 발부될 경우 피의자가 준항고를 할 수 있게 했다. 준항고에 대한 판단은 상급 법원이 맡는다. 또 영장실질심사의 전 과정을 조서화해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전원을 법원이 심문(審問·재판장이 당사자를 상대로 직접 질문을 하는 것)하도록 했다. 현행 형소법하에서는 피의자와 그 가족 또는 변호인이 원할 경우에만 실시한다.

▽재정신청 대상 확대=현행 형소법은 공무원의 직권남용, 불법체포와 감금, 독직폭행 등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다 형법상 직무유기, 피의사실 공표, 공무상 비밀누설, 선거방해 및 특별법 위반 7개죄 등 11개 범죄를 추가했다.

▽보증인 보석 확대=보석 보증금 대신 보증인의 출석보증과 본인의 서약이 있으면 주거제한 등 일정한 조건과 함께 보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법원이 범죄의 상습성을 인정할 경우 그 피고인은 보석을 받을 수 없지만 개정안은 상습범도 보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보석이 불가능한 범죄도 법정형량 ‘장기 10년 이상’에서 ‘장기 10년이 넘고 단기 1년 이상’으로 축소했다.

▽무죄 피고인 변호사비 등 보상=피고인이 무죄를 받을 경우 현재에는 구금기간에 대한 보상만 받을 수 있으나 개정안은 억울하게 기소됐음이 판명될 경우 변호사비와 숙박비, 일당, 교통비까지 보상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1심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 각각 4개월까지 가능한 현행 법원의 구속기간(구속기간 만기)을 1심과 항소 상고심 모두 6개월로 늘렸다.

▼문제점과 논란▼

개정안은 수사 및 기소(법원의 재판에 넘기는 것) 과정에서의 인권보호에 관한 중요 조항들에 초점을 맞춰 수사단계에서의 변호인 신문 참여 제도를 신설하고 국선변호와 재정신청 대상을 확대했다.

반면 중요 참고인에 대한 강제구인제도와 허위 진술한 참고인을 처벌할 수 있는 ‘사법방해죄’ 등 검찰의 수사력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인권침해 논란’ 등을 우려해 대부분 제외됐다.

일부 검사들은 “수사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가 어렵게 됐다”고 말한다.

전체적으로 ‘인권’을 위한 개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논란의 소지가 많은 조항도 눈에 띈다.

‘긴급체포 후 지체 없이 석방’하도록 긴급체포 제도를 개선한 것에 대해 대법원의 한 판사는 “‘지체 없이’라는 개념이 불명확해서 검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영장심사 과정을 조서화해 재판의 증거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구속을 면하기 위해 자백한 것이 나중에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수사편의적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용어설명▼

:적부심(適否審):

피의자가 자신의 구속 여부나 혐의와 관련된 압수수색 여부 등의 타당성에 대해 법원에 심판을 요청하는 것. 법원은 적부심 결과 구속이나 압수수색 등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피의자를 석방하거나 압수된 증거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준항고:

재판장이나 수명법관(합의부를 대표해 일정 사항을 처리하는 합의부의 구성원 법관)의 재판과 검사, 사법경찰관 등의 처분에 대해 소속 또는 관할 법원에 취소 및 변경을 청구하는 불복신청 방법.

:재정신청:

고소 고발인이 해당 사건에 대해 검사가 내린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경우 10일 이내에 해당 검사가 소속된 고등검찰청에 대응하는 고등법원에 검찰 결정의 타당성을 묻는 것.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