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티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독일-오스트리아 악단의 균형감과 이탈리아 오케스트라 특유의 유려한 현악부를 살려, 명반으로 꼽히는 기존의 음반 녹음을 뛰어넘는 곡 해석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9월초 내한하는 세계 지휘계의 거장 리카르도 무티와 그의 ‘악기’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 레퍼토리에 음악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티가 이끄는 라 스칼라 필의 내한공연은 1996년에 이어 두 번째.
공연 첫날인 9월 4일의 메인 프로그램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e단조, 5일 메인 프로그램은 브람스 교향곡 2번 D장조다. 두 곡 모두 교향곡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개성 강한 명작일 뿐 아니라, 무티 자신이 90년대 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남긴 디지털 녹음이 음반계의 ‘명반’으로 꼽힌다. CD를 통해 이번 내한공연의 열기를 미리 느껴보면 어떨까.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은 91년 녹음돼 이듬해 EMI사에서 발매된 음반. 현악부를 두텁게 쌓아올리고, 여기에 밸런스를 맞춘 듯 견실하게 터뜨리는 금관의 화창한 음향이 돋보인다. 연주의 백미는 4악장 말미에 ‘운명의 모티브’가 전 관현악의 합주로 재현되는 부분. 템포를 약간 늦춘 채 성큼성큼 걸어가는 현악 위에 트럼펫이 밝은 승리의 개가를 터뜨린다. 마치 너른 대로(大路)의 행진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공간감이 압도적이다.
브람스 교향곡 2번은 브람스의 다른 세 곡의 교향곡과 달리 화창하고 상큼하기로 이름난 작품. 90년 필립스사가 녹음했다. 나폴리인인 무티는 이 녹음에서 물감을 넓게 펴 바르는 듯 한껏 상큼한 현의 색채를 강조했다. 특히 빠른 템포와 에너지감으로 충만한 4악장은 무티의 균형감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매끈하게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똑같은 음색으로 부풀었다가 사그러드는 현악기군과 관악기군의 조화가 일품이다.
두 음반의 녹음이 이루어진 90, 91년은 무티가 라 스칼라 필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함께 맡고 있던 시절. 무티는 이후 92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접고 라 스칼라필의 앙상블을 조련하는 데만 온 정성을 쏟는다. 최근 그는 전화인터뷰에서 “라 스칼라 필은 독일-오스트리아 악단의 균형감과 이탈리아 오케스트라 특유의 유려한 현이 조화를 이룬 특급 악단”이라고 자평(自評)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음반의 감동을 뛰어넘는 라 스칼라 필의 호연이 기대되는 이유다.
공연은 4일 오후 7시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 5일 오후 4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국민은행 협찬. 02-749-130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