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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당내 세력 투쟁]한나라, 불은 껐지만 불씨는 남아

입력 | 2004-08-30 19:05:00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앞줄 왼쪽)와 의원들이 30일 광주 국립 5·18묘지를 집단 참배했다. 한나라당이 단체로 5·18 희생자들의 묘소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서영수기자


《여야가 당내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열린우리당에선 내년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전초전으로 친노(親盧) 개혁당그룹과 현역의원들간에 당 하부구조 장악을 위한 물밑투쟁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주류-비주류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당내 대립은 아직까지는 노선투쟁의 성격이 짙지만 각 진영의 시선은 앞으로의 당권에 닿아 있다.》

29일 전남 구례군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표면화됐던 당의 내홍이 30일 일단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주류와 비주류간에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아 갈등 재연(再燃)의 소지는 남아 있다. 29일 연찬회에서 서로 날을 세웠던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30일 오전 연찬회장에서 마주쳤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이 “하실 말씀 다했으니 속이 시원하시냐”라고 ‘뼈있는’ 얘기를 던지자 박 대표는 “집단적으로 괴롭히면 되나요”라고 받아쳤다.

▽꺼지지 않은 불씨=박 대표가 29일 비주류 진영을 겨냥해 “‘대표 흔들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들의 탈당을 요구하는 ‘초강수’를 던진 것은 ‘리더십 누수’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또 자신을 겨냥한 여권의 과거사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내 전열을 정비하고, 당내 갈등이 자신의 부친인 박정희(朴正熙) 정권 시절의 공과 논란으로 비화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박 대표와 비주류 진영은 일단 숨고르기에 나섰다.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할 소리를 다했으니 침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수장학회 문제 등 박 대표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논란이 말끔히 가시지 않은 데다 수도 이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주류와 비주류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주류 진영의 움직임=이재오 김문수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은 박 대표를 겨냥한 공세가 당권 투쟁으로 비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공세의 끈을 놓지 않을 태세다. 김 의원은 “우리의 문제 제기는 사감(私感)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정정당당하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배(李相培) 이방호(李方鎬) 의원 등 영남권 비주류는 박 대표를 직접 겨냥하지 않는 대신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와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의 인적 쇄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분당으로 치닫나=당내 갈등이 당장 분당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박 대표의 리더십이 아직 건재하고, 비주류 진영의 명분과 세(勢) 규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도 분당의 가능성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내 갈등이 치열한 노선 투쟁으로 번질 경우 분당론이 제기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당 일각에선 당의 쇄신을 신당 창당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