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주도하는 ‘신문법’(가칭) 제정과 이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의장 직속의 언론발전위원회(언발위) 구성이 난산을 겪고 있다. 당초 열린우리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언발위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켜 정기국회에서 발족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27일 한나라당과의 협상 결렬로 결의안 제출은 정기국회로 미뤄졌다.
열린우리당은 30일 “언발위 구성 결의안 통과와 함께 ‘언론 개혁’ 법안을 9월 말 제출한다”(김재홍·金在洪 의원)고 밝혔다. 이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소관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에서 논의하면 된다”(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올 정기국회 내내 이 문제를 놓고 첨예한 여야 갈등이 예상된다.
○ 언발위 구성 문제
열린우리당은 의원, 시민단체, 학계 인사 등 15인이 참여하는 언발위를 구성할 방침이다. 당 문광위 간사인 우상호(禹相虎) 의원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여야가 함께 논의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치인 참여 배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 안대로 현역의원 3명이 참여할 경우 야당 몫으로는 1명만 배정돼 여권의 생각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 등 지도부는 “여권의 언론 장악을 위한 베이스캠프 노릇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신문법 중 ‘독소 조항’ 논란
열린우리당이 30일까지 공개한 신문법 제정안은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언론학계 및 법조계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65∼70%를 넘거나 1개 신문사의 점유율이 전체의 20∼25%를 넘을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 즉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사업자로 규정해 과징금 또는 부가가치세 부과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유지분 제한을 위해 한 개인(가족 등 특수관계자 포함)의 지분 상한선을 30%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현행 독점규제법이 특정 업종의 상위 3개사 점유율이 75% 이상이거나 1개 사업자가 50% 이상일 때 독과점으로 판정하는 것에 비해 자의적인 잣대를 설정했다는 지적이 많다. 열린우리당은 당초 상위 3개 신문사의 점유율이 전체의 75% 안팎이라고 판단해 상위 3개사의 상한선을 70%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상위 3개사 점유율이 70% 초반이라는 정보를 최근 접하고 65∼70%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과는 별개로 동아 조선 중앙일보 3개사를 독과점 업체로 무조건 규정하겠다는 여권 내부의 속내를 읽게 하는 대목이다.
이 조항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한 문광위 소속 의원은 “당내 ‘언론개혁 추진론자’들이 무리한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소유지분 제한에 대해서도 개인 상한선(30%)을 다른 법체계인 방송법에서 아이디어를 빌린 것이나 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비판론이 많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사주가 사실상 편집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부과를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 열린우리당은 친여(親與) 영세 신문사의 신문배달 편의를 위한 신문유통공사 설립, 언론피해구제법 문제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6000여개의 보급소 처리 문제와 언론 취재 활동 위축 등의 이유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여권 주도의 신문법 제정안의 쟁점 현안쟁점 현안내용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열린우리당은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이 전체의 65∼70%, 1개 사업자가 전체의 20∼25%를 넘을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각종 과징금 부과 검토. 한나라당은 당론 미확정이나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반대 여론 다수소유지분 분산열린우리당은 한 개인(특수관계자 포함)의 지분이 30%를 넘을 경우 초과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제한 및 과징금 부과 검토. 한나라당은 당론 미확정이나 위헌 소지 크다며 반대 여론 다수공동배달제 등 기타열린우리당은 신문유통공사 등의 설치를 통해 여론의 독과점 제어해야한다는 입장. 한나라당은 특정 친여 매체 키우기라며 반대언론발전위원회 구성열린우리당은 정치인 시민단체 학계 등이 참여하는 이 위원회에서 신문법 등 제정 검토하자는 입장. 한나라당은 여권의 언론장악을 위한 포석 가능성 크다며 현재까지 반대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