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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우리동네가 최고/시흥 정왕2동

입력 | 2004-08-30 22:09:00


K자동차에 20년간 근무하다 2001년 명예 퇴직한 최규천씨(47)는 그 해 경기 시흥시 오이도에 ‘오이도해상공원’이란 횟집을 차렸다.

하지만 직장생활만 했던 최씨로선 횟집 운영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회 뜨는 법 등 음식 만드는 걸 모르다보니 주방장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때로는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던중 지난해 7월 “‘동사무소’(시흥시 정왕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활어조리반 창업 강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수강신청을 했다.

3개월 과정으로 ‘생선 써는 법’ 등 일식 조리법과 각종 밑반찬을 만드는 솜씨를 익혔다.

“주인이 음식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되니, 식당 운영에 큰 도움이 되더군요. 덕분에 손님도 많이 늘었어요.”

이처럼 정왕 2동은 지역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아이디어로 주민자치센터 강좌를 개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강좌가 ‘밑반찬 조리반’과 ‘자동차 자가 정비교실’.

밑반찬조리반은 동네에 젊은 주부가 많은데 착안해 개설됐다. 정왕2동은 공단지역을 제외한 주거지의 98%가 아파트로 구성돼 ‘새댁’이 많은 것이 특징.

자동차 정비교실은 당초 운전만 할 줄 알지, 타이어 하나 스스로 교체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타깃으로 개설했다. 하지만 남성들이 “우리도 수강하게 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해 결국 남성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현재 정왕2동 주민자치센터가 열고 있는 27개 강좌, 35개 반에는 모두 1000여명이 수강하고 있다.

강좌를 함께 수강한 주민들은 동아리를 구성해 모임을 갖고 있다. 현재 밴드 동아리인 ‘소금창고’를 비롯해 7개 동아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 매월 테마프로그램에 따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야외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8월에는 주민 89명이 강원 원주시 지정면 ‘간현청소년수련원’에서 ‘가족사랑 자연사랑’이란 주제로 수련회를 가졌다.

주민자치센터가 이웃간의 정을 다지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

모범 주민자치센터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충남 예산, 홍성, 경기 의왕시 등지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잇따라 이 동네를 방문했다.

주민자체센터를 통해 이뤄진 주민 화합은 동네에 현안이 생겼을 때 적극적인 주민참여를 이끌어 내는 힘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유흥가, 식당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전단지를 살포하자, 주민들이 나서 ‘전단지와의 전쟁’을 벌였다. 업주들을 설득하고 뿌려진 전단지를 회수하는 노력을 통해 지금은 전단지 없는 깨끗한 동네가 됐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