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구더기 유전자를 분석해 사망시간을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미국의 ABC방송 온라인판은 호주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법의학센터 박사과정생인 미셜 하비가 전 세계 파리 유전자의 데이터를 구축함으로써 시체의 사망시간을 좀 더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게 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연구결과는 같은 날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된 국제곤충학회에서 발표됐다.
사람이 사망하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곤충은 파리라고 알려져 있다. 파리가 시체에 낳은 알은 구더기로 변해 몸 곳곳으로 파고드는데 구더기는 주변 환경과 종류에 따라 같은 시간대에 자란 길이가 다르다. 예를 들어 쉬파리는 4월과 11월경 구더기의 길이(mm)는 거의 산란 후의 일수에 해당된다. 즉 길이가 4mm면 산란한 지 4일 후란 얘기다. 따라서 법의학자들은 구더기를 이용해 사망시간을 추정하곤 한다.
하지만 시체에서 구더기를 찾아내 일일이 어떤 종인지 알아내는 일은 성가신 작업인 게 사실. 아예 성충(파리)으로 키워서 쉽게 구별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구더기가 자라다가 죽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이 역시 여의치 않은 방법이다. 하비씨는 전 세계에 분포한 수백여종의 파리를 채집하고 그 유전자를 분석해 왔다. 이 자료를 구더기에서 채취한 유전자와 비교하면 어떤 종인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이 정보와 구더기의 길이 등 다른 정보를 종합하면 사망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범죄와 관련된 다양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하비씨는 “예를 들어 브리즈번에서 발견된 시체에서 구더기를 채집했고 그 유전자가 멀리 떨어진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의 파리 유전자와 유사하다면 시체가 옮겨졌든지 아니면 범죄에 사용된 운송수단이 뉴사우스웨일즈와 관련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