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에서 산화 반응이 일어날 때 생기는 활성산소는 반응성이 커서 문제다.
산소는 200여년전에 그 존재가 처음 밝혀지면서부터 신비의 대상이었다. 순수한 산소를 이용한 치료법도 있었지만 거꾸로 산소가 적은 높은 곳이 몸에 좋다는 ‘고산 치료법’도 있었다. 요즘은 유해한 산소를 제거해 준다는 신비의 ‘항산화제’가 쏟아져 나오는 모양이다.
38억년 전 지구에 처음 살게 된 단세포 생물은 산소의 높은 산화력을 이용해 생명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기관이 바로 산소를 이용한 ‘불꽃 없는’ 산화 반응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이다.
하지만 산소의 높은 산화력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산소가 너무 많은 곳에 오래 있으면 발작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세포에 공급되는 산소가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통제하는 화학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에서 산화 반응이 일어날 때 생기는 활성산소는 반응성이 보통의 산소보다 더 크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활성산소가 세포 속을 마구 돌아다니면 생리적으로 중요한 단백질과 유전자(DNA)를 훼손시켜 버릴 가능성도 있다.
우리 몸에는 불필요하게 만들어지는 활성산소를 현장에서 즉시 제거해 주는 ‘SOD’라는 효소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런 안전장치가 완벽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비타민A(레티놀), 비타민C(아스코르브산), 비타민E(토코페롤), 베타-카로틴과 같은 ‘항산화제’가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신비의 물질이 될 수는 없다. 우리를 괴롭히는 모든 질병이 활성산소 때문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인체에서 일어나는 산화반응을 무조건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물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정교하고 복잡한 생리작용에 심각한 이상이 생길 가능성만 커질 뿐이다.
우리의 건강은 단편적이고 불확실한 정보에 맡겨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다. 건강한 식생활과 알맞은 운동이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효과가 좋은 영약이다.
서강대 화학과 교수 duckhwan@sogang.ac.kr
김훈기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