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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 “국민銀 징계 이렇게 본다”

입력 | 2004-08-31 17:59:00


외국인은 국민은행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건이 얼마나 투명하게 처리될지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 투자회사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31일 “국민은행과 김정태 행장을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한국 금융업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외국 기관투자가와 대형 펀드매니저에게 한국 금융업 관련 보고서를 제공한다.

JP모건 스콧 서 애널리스트는 “금융감독원이 국민은행장에게 내린 중징계 방침이 공정한 절차에 의한 정상적 감독행위라기보다 정부의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눈에는 이번 사건 처리과정이 자칫 ‘관치금융’ 부활로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김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모건스탠리는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에 따라 김 행장이 10월 말 연임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건 역시 당초 예상과 달리 연임 가능성이 낮아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연임 불가에 따른 영향은 부정적이다.

모건스탠리 마이클 정 애널리스트는 “(김 행장 불신임이) 국민은행뿐 아니라 한국 은행업 자체에 부정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민영화한 은행도 정부 입김에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

차기 은행장이 누가 될지 모른다는 점도 국민은행으로선 불안한 점이다.

JP모건 서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차기 은행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외국인 주주들이 힘을 모아 반대표를 던질 공산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를 최근 그만둔 한 애널리스트는 “단기 재료에 따라 움직이는 헤지펀드의 경우 차기 행장이 누가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출렁거릴 때 ‘치고 빠지려는’ 의도다.

국민은행 주가는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외국계 애널리스트 생각이다. 그동안 국민은행 주가를 떠받쳐온 ‘최고 경영자(CEO) 프리미엄’이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몰렸기 때문.

리먼브러더스 윤용철 애널리스트는 “경영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틸망 회장 “김정태행장 문제 영향력 행사 않을것”▼

국민은행의 최대주주인 ING그룹의 미셀 틸망 회장(52·사진)은 31일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연임 여부와 관련해 주식 처분 같은 대주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틸망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행장이 물러나게 되면 적극적으로 반대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국민은행은 매우 큰 업체로 좋은 지배구조를 갖고 있으며, 외국인투자자로서 한국의 지배구조를 존중한다는 게 (나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ING그룹은 국민은행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국민은행 지분을 4%대로 보유하는 것이 가장 편안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당장 지분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틸망 회장은 이날 서울 국민은행 본점에서 국민은행 자회사인 KB생명 지분 49%를 인수하는 합작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