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은 전당대회 첫날인 지난달 30일 공개한 정강정책에서 ‘선제공격 독트린’을 재차 확인했다.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높고 이라크전의 정당성이 급격히 훼손되기는 했지만, 공화당은 ‘우리가 옳다는 쪽으로 간다’는 외교원칙을 거듭 공언한 셈이다.
공화당이 당 차원에서 선제공격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명백히 함으로써 조시 W 부시 대통령이 11월 2일 대통령선거에서 재선되면 제2기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 역시 테러와의 전쟁 및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 노력에 맞춰질 것이 확실시된다.
▽계속되는 선제공격론=선제공격 독트린이 거론된 것은 총 93쪽의 정강정책 보고서 가운데 단 두 문장뿐이다. ‘문명의 적인 테러리스트가 WMD를 입수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 미국은 적대행위를 막기 위해, 필요하면, 선제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짤막한 문장이라도 선제공격 원칙 재천명의 무게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미국이 백악관의 공식문서로 선제공격 구상을 밝힌 2002년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도 선제공격에 대한 표현은 40쪽 분량 가운데 단 두 문장뿐이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올 초 격월간 외교정책 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 특별기고문에서 “테러리스트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만 했다”고 했다.
이번 정강정책 보고서에는 9·11테러 이후 미국이 새로 갖게 된 친구와 적을 가르는 기준도 명시됐다.
공화당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테러를 지원하거나 △미국의 테러퇴치연합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테러를 돕는 나라는 테러 자행국과 똑같다”고 정의했다. 2002년 NSS 보고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사실 선제공격 독트린이 공화당의 전유물은 아니다. 미국은 줄곧 선제공격 가능성을 책상 서랍에 담아두고 있었으며, 9·11테러 이후 이를 공식화했을 뿐이다. 최근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후보와 존 에드워즈 부통령후보가 함께 쓴 ‘미국을 위한 계획’에도 이 원칙이 제시돼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 교수는 “선제공격 원칙을 부시 대통령이 창안한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공화당이 집권하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하고, 민주당이 집권하면 다르다는 이분법으로 접근하면 큰 그림을 읽지 못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중국 위협론’의 부상(浮上)=공화당은 동아시아 안보환경을 거론하면서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강한 거부감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 방식이 주변국을 위협하며, 이 과정에서 ‘중국의 위대함’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공식적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불러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을 중심으로 ‘중국 위협론’를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는데 이번 보고서에 그런 흐름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