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도덕적 해이는 충격적이다. 지난 16대 국회 4년간 한 일이라곤 ‘제 식구 감싸기’가 전부다. 13명의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의 명예훼손, 대(對)정부 질문 중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윤리특위에 제소됐지만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의원 임기 만료로 모조리 자동 폐기됐다. 인신모독성 저질 발언으로 윤리심사가 요청된 3명의 의원도 심사기한(3개월) 경과로 역시 없던 일이 됐다. 폐기율 100%다.
대선 국회여서 유달리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아무도 징계 받지 않았다. 윤리특위는 오히려 심의를 미루거나 무한정 계류시킴으로써 징계안이 자동 폐기되도록 방조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이 기간에 무려 17명의 의원이 뇌물, 횡령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된 것을 보면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예산 5억원은 거의 남김없이 썼다. 윤리특위는 이 기간에 모두 일곱 차례의 회의를 했지만 의원징계안을 논의한 실질적 회의는 한 차례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간사 선임 등 특위 운영과 절차에 관한 회의였다. 결국 한 차례 회의(소요시간 22분)를 위해 5억원을 쓴 셈이다. 그나마 구체적인 사용처는 밝히지도 않고 있다.
윤리특위는 의원의 자격, 윤리,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도록 국회법에 명시된 상설 특별위원회다. 국회 안의 포청천이 되어야 할 윤리위가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예산이나 낭비하고 있다면 ‘윤리’란 이름이 무색하다. 국회의 도덕성 회복을 위해서도 당장 손을 봐야 옳다.
민간전문가들로 윤리심의위를 구성해 별도 감시케 하거나, 심사기간이 경과되면 자동 폐기되도록 돼 있는 조항을 삭제하거나, 무슨 수를 써야 한다. 이런 식의 ‘그들만의 잔치’를 내버려둬선 안 된다. 세금 내는 국민은 더 이상 봉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