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 체조 남자 철봉 경기에서 알렉세이 네모프(러시아)가 좋은 경기를 했는데도 점수가 낮게 나오자 심판에게 야유를 퍼붓고 있는 관중. 이번 올림픽은 오심과 약물 파동, 마라톤에서의 해프닝 등 오점으로 얼룩졌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오심, 약물, 해프닝….’
2004 아테네 올림픽은 여러 면에서 오점으로 얼룩진 대회였다.
대회 시작 전부터 터져 나온 각종 약물 스캔들과 잇따라 불거진 판정 시비, 경기 운영 미숙 등은 올림픽 패밀리들로 하여금 “오, 노(Oh No)”를 연발케 했다. 대회조직위가 선포한 ‘클린올림픽’이 ‘더티올림픽’으로 막을 내리게 된 것.
지구촌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기계체조 남자 개인종합 동메달리스트 양태영(경북체육회) 오심사건은 대표적인 예. 심판들이 평행봉에서 가장 기본적인 스타트 밸류를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 다 잡은 금메달을 날려 보냈다.
오심 판정을 한 심판 3명이 자격정지를 받고 올림픽 무대에서 퇴출됐지만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한국 선수단의 미숙한 대응도 금메달을 놓치는 데 한몫했다. 특히 한국선수단이 국제체조연맹(FIG)을 자극해 브루노 그란디 FIG 회장이 폴 햄(미국)에게 ‘금메달을 양보하면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식의 편지를 보내게 한 것은 한국에 우호적이던 세계 언론들의 태도를 바꾸게 했다.
여자 개인종합의 스베틀라나 호르키나, 남자 철봉의 알렉세이 네모프(이상 러시아) 등 체조에서 오심 문제는 계속 터졌고 펜싱과 역도 승마 수영 등에서도 판정 시비가 이어졌다.
약물 파문은 더 심각했다. 개막 하루 전에 터진 ‘그리스의 육상 영웅’ 콘스탄티노스 케데리스와 여자 스프린터 카테리니 사노가 위장 교통사고로 도핑테스트를 회피하려 한 사건은 그리스인들을 충격에 빠뜨렸고 이들의 퇴출로 올림픽은 초반부터 비상이 걸렸다.
역도 남자 62kg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레오다니스 삼파니스(그리스)는 대회 첫 메달 박탈의 불명예를 안았고 이후 유명 스타들이 줄줄이 약물 추문에 휘말렸다.
지난달 30일 열린 남자 마라톤에선 1위를 달리던 반데를레이 리마(브라질)가 아일랜드 종말론자의 주로 난입 방해로 금메달을 놓치는 희대의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외신은 남자 마라톤이 끝난 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공식기자회견에서 아테네 올림픽은 성공적이었다고 한 뒤 단 몇 시간 만에 역사에 남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