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인사담당자에게 권유한다. 올가을 사원 공채 때 지원자들에게 ‘시장경제가 무엇인가’를 질문해 보라고.
시장경제라…. 자주 듣던 말이어서 누구나 아는 것 같다. 대통령도, 386세대 집권 핵심세력도 틈만 나면 “우리는 시장경제 체제를 지향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한국에서는 시장경제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그 참뜻이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 ‘시장경제’가 만약 사람이라면 그는 아마 이 땅에서 통곡하고 있으리라. 그를 능멸하고 옥죄는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협박 못하는 체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시장경제는 정부가 기업을 협박하지 못하는 경제체제”라고 정의(定義)를 내린 바 있다. 시장경제는 기업이나 개인이 정부의 간섭 없이 자유로이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열심히 일하고 창의력이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된다. 잘살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이 때문에 빈부차가 생긴다. 그래도 모두가 가난한 사회주의 경제체제보다 낫다는 걸 역사가 증명했다. 적절한 경쟁이 있어야 번영할 수 있고 그 혜택은 빈곤층에도 돌아간다. 한국과 북한을 비교하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뒤 경제정책은 정부개입, 복지주의, 분배주의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 적자재정을 감수하고서라도 정부 역할을 늘리려 한다. 교육정책도 그렇다. 정부 입김을 세게 해 평등주의 쪽으로 향하고 있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이란 이름의 ‘개악(改惡)안’은 하향평준화를 낳을 방안으로 보인다. 건전한 경쟁마저 죄악시하는 좌파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학이 고교등급 분류 등 학생선발 자율권을 갖겠다고 하자 정부에서는 “강력한 제재를 내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언론개혁이란 명분을 내세워 ‘비판 신문’을 옭아매려 하는 정권이니 무슨 시도인들 못하랴.
일본의 경제학자 다케우치 야스오 교수는 ‘정의와 질투의 경제학’이란 저서에서 “질투는 때때로 정의(正義)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패자가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기는커녕 딴죽을 건다는 것이다. 정의, 형평 등 그럴듯한 포장을 걸치고서…. 성적이 좋은 학생은 으레 서울 강남에서 고액과외를 한 덕분이라느니, 대부분의 부자는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느니 하는 것이 그런 시기심이다.
좌파 이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빈곤, 신용불량, 질병, 범죄 등이 잘못된 사회 시스템 때문에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이 있긴 하지만 개인의 행불행의 가장 큰 책임은 대개 당사자 자신에게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개인의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약자는 사회공동체가 보호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시장경제의 참뜻을 가르쳐 주는 곳이 거의 없다. 초중고교 교과서에도 정부가 단속하지 않으면 기업은 폭리를 취하고 불량제품을 만든다는 ‘시장의 실패’ 사례가 강조돼 있다. 고교생이 보는 논술 교재나 대학생 애독서에서도 반(反)기업 인식이 그득하다.
시장경제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하는 기업가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업인은 흔히 잇속만 챙기는 장사꾼으로 폄훼된다. 일자리 창출과 생산의 주역이라는 점은 간과된다. 물론 회삿돈 빼돌리는 사이비 기업인들도 수두룩할 것이다.
▼신입사원에 시장경제 교육부터▼
기업들은 입사 시험에서라도 시장경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해야 한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좌파적 미망(迷妄)에서 벗어나 자기책임의 원칙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그런 청년들을 많이 채용해야 그 기업도 발전한다.
신입사원 연수과정에서도 극기훈련이니 뭐니 하며 인간성을 잠시 말살하는 그런 요란한 신체단련 말고 시장경제가 무언지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시라.
취업준비생에게도 권장한다. 시장경제에 대해 조금 공부하고 면접장에 가라고….
고승철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