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결혼소식이 들리고 청첩장이 날아오는 것을 보니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 시작되나 보다. 특히 올봄에는 윤달 때문에 가을로 결혼을 미룬 경우가 많아 다른 어느 때보다도 혼수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한다. 결혼을 앞두고 혼수를 장만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일생에서 가장 대규모의 쇼핑이다. 수백만∼수천만원에 이르는 쇼핑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하지만 사실 ‘혼수 장만’은 대부분 사람들이 초보자일 수밖에 없다.
초보자가 범하는 가장 흔한 오류 중 하나가 ‘모델 번호나 모델명’을 들고 업체를 돌면서 가격을 알아보는 것. 이에 대한 웨딩업체들의 가장 대표적인 상술이 속칭 ‘찍고 돌리기’이다. ‘찍기’는 알아보는 상품의 가격을 원가나 원가 이하로 소비자에게 가격을 제시하는 것, ‘돌리기’는 찍은 상품을 그대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의 마음을 다른 상품으로 돌리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P회사의 오디오 모델’을 알아볼 경우 출고가가 25만원이라 하면 25만원이나 그 이하로 가격을 불러준다. 그래 놓고 ‘그 모델은 구형이라 성능이 떨어진다’, 또는 ‘수입모델이라 애프터서비스를 받는 게 아주 힘드니 국산인 이 제품이 어떠세요’ 등으로 다른 상품 구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돌리는 품목은 이윤이 많이 남는 제품이다.
가전뿐 아니라 도자기 주방용품 침구 등 대부분 제품이 ‘찍고 돌리기’의 대상이 된다.
인터파크 리빙팀에서 혼수웨딩몰을 운영하고 있는 김지연 대리는 “소비자가 사고자 하는 제품에 대해 잘 모를수록 찍고 돌리기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TV를 살 때도 몇 인치대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PDP와 LCD TV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 잘 모른 채 막연히 매장에 나가면 상인들의 말에 휘둘리기 쉽다는 것이다.
김 대리는 “혼수 장만을 하기 전에 사려고 하는 제품들에 대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충분히 정보를 습득한 뒤 주관을 세우라”고 권했다. 혼수 준비도 결국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소비자와 한푼이라도 더 남기려는 상인 사이의 줄다리기이다. 일생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인 결혼. 조금 더 지혜롭게 혼수 준비를 하면 신혼생활도 더욱 알차고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