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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취업준비]영어면접 - 영어인터뷰

입력 | 2004-09-01 17:27:00


《‘종이에 적힌 영어 점수가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영어가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영어 면접 도입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 영어 면접을 도입하는 추세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면접 중간에 영어로 ‘자기소개’ 정도를 시키던 관행에서 벗어나 원어민과 직접 대화를 하게 하거나 영어 발표(프레젠테이션)를 주문하는 곳도 늘고 있다.》

▽현장 투입 가능한 영어가 필요=외국인 접촉이 많은 업종과 부서가 가장 높은 영어 실력을 요구한다.

삼성물산이 2002년 영어 발표를 면접의 일부분으로 공식화하면서 영어 면접이 확산되는 추세. 삼성물산 인사팀 김소영 과장은 “영어를 잘하는 것은 기본이며 현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을 원하기 때문에 영어 발표가 도입됐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영어 발표와 영어 집단토론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영어 발표는 특정 주제를 주고 1시간 동안 준비시킨 뒤 5∼6분간 영어로 발표하게 한다. 면접관들은 4∼5분 동안 질문을 하며 발표자에게 영어 답변을 요구한다.

영어 면접에서는 화려하고 복잡한 문장보다는 간결하고 명확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좋다. 제일기획 신입사원들이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 제일기획

지금까지 등장한 주제로는 △루마니아 제철소에 투자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위험 요인과 관리 방안 △중동 지역에 있는 한 국가의 장관 아들로부터 정유공장을 합작으로 설립하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등과 같은 현장 중심의 ‘상황 설정’이었다.

영어 발표 이후에는 5, 6명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 양편으로 나뉘어 찬반 토론을 벌인다. 처음 20분 동안은 우리말로 토론을 벌이다 나머지 20분은 영어로 진행한다. 집단 토론의 주제는 시사적인 내용이 많다.

영어 발표에는 준비 시간이 별도로 주어지지만 영어 토론에는 그런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평소 시사 문제에 대해 영어로 생각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LG전자와 르노삼성자동차, 로레알코리아 등도 영어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GM대우는 면접 중 일부 질문을 영어로 던져 응시자의 어학 능력을 살핀다.

최근 1, 2년 사이 단순한 자기소개 수준을 넘어서는 영어 실력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지원자가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물산

▽논리력도 중요=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하반기 영어 면접과 함께 영어 집단토론을 도입했다가 올해 상반기 이후에는 영어 면접만 실시하고 있다. 집단 토론에서 응시자들의 논리력을 평가해야 하는데 영어로는 제약이 많았던 것. 영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력도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삼성전자 인사팀의 지세근 차장은 “영어 면접은 종이에 적힌 점수(토익점수)가 진짜 실력인지 검증하는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다”며 “취업 준비생들은 세련된 영어 표현도 중요하지만 설득력 있는 논리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발표에서도 이 법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어학 실력과 전공지식, 발표 능력(논리력 포함) 등을 똑같은 비중을 두고 평가한다.

LG전자도 영어 프레젠테이션이 전형과정에 포함돼 있다. 겉으로 드러난 형식은 ‘영어 발표’지만 평가 항목에는 어학 능력과 함께 논리력이 들어가 있다.

LG전자 인사팀의 김흥식 부장은 “비논리적인 유창한 영어보다는 서툴지만 논리적인 영어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고 밝혔다. 또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보디 랭귀지’를 사용하더라도 한국말 사용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은 선발된 신입사원에게 설득력 있는 영어 프레젠테이션 기법을 별도로 가르친다.

▽수준 높은 문장보단 간결하고 명확한 표현=기업들이 영어 면접을 통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의사소통 능력’이다. 이 때문에 너무 복잡한 표현 방식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인사 담당자들이 지원자의 영어 능력만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인사 담당자들은 영어 면접을 통해 영어 능력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 발표력, 논리력, 표현력, 전문지식 등을 모두 평가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예를 들어 영어가 미숙한 응시자의 답변을 들으면서 ‘저런 것도 제대로 답변을 못하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 예의범절 점수가 깎일 수 있다.

영어에 자신이 없다고 목소리를 작게 하거나 우물쭈물하는 것은 물론 금물이다.

취업정보 제공업체인 인크루트 이광석 사장은 “영어 면접 때 너무 복잡하고 수준 높은 문장을 구사하기보다는 간결하면서 명확한 표현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다”며 “영어 회화 공부를 할 때 단어나 표현 외에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기술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삼성네트웍스 입사 김형주씨 “영어로 농담 맞받아쳤죠”▼

올해 1월 삼성네트웍스에 입사해 인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입사원 김형주씨(23·사진)는 이른바 ‘토종’이다.

토종이란 해외 어학연수 한번 다녀오지 않고 외국 경험도 거의 없이 정규 교육과정만으로 영어 실력을 쌓은 사람을 일컫는 구직자들 사이의 은어(隱語).

김씨는 토종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면접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김씨가 공개하는 비결은 바로 ‘배짱’이다.

채용을 담당한 인사팀의 장경수 팀장은 “김씨는 영어면접 과정에서 자신감이 두드러지고 영어로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김씨의 토익 점수는 880점이다. 이 회사 인사팀은 900점 이상의 고득점자가 즐비한 대기업 입사 면접에서 이 정도 점수는 ‘보통’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영어 면접 성적이 우수해 입사에 성공한 김씨도 입사 전에는 영어실력이 평범하다고 느껴 취업을 걱정했던 보통 구직자였다. 그가 영어실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취업을 앞둔 1년간 모교인 연세대 어학당의 영어회화 수업을 들은 것.

단순 회화 수업보다는 ‘그룹별 주제토론’과 ‘영자신문 사설 내용 쉽게 설명하기’ 등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과정으로 진행된 대학 영어강좌가 김씨에게 큰 도움이 됐다.

또 그는 틈만 나면 시사 이슈를 한 가지 정해 스스로 찬성과 반대 1인 2역을 하면서 영어로 ‘1인 토론’을 벌였다.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시사적인 단어를 익히고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을 익히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게 김씨의 조언이다.

그는 한 가지 ‘기술’도 귀띔했다. 영어면접장에서는 지원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면접관이 영어로 농담을 던지며 면접을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때 “조용히 웃거나 가만히 있지 말고 영어로 농담을 맞받으라”는 것.

농담에 먼저 호응하는 사람은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줄뿐더러 면접장 분위기를 주도해 나갈 기회도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