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1일부터 전국 65개 점포에서 비씨카드를 받지 않음에 따라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이마트 서울 은평점을 찾은 한 고객이 신용카드 대신 현금으로 계산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소비자를 볼모로 한 비씨카드와 이마트의 수수료 분쟁이 본격 시작됐다. 이마트는 수수료 인상에 반발해 1일 전국 65개 점포에서 일제히 비씨카드를 받지 않았다. 비씨카드는 1.5%에서 2.0∼2.35%로 수수료 인상을 강행했다.
양측의 충돌로 이마트 매장을 찾은 일부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었다. 카드 결제가 안 되자 산 물건을 다시 내려놓는가 하면 가진 현금만큼만 사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져서 우려했던 만큼의 큰 혼란은 없었다.
▽‘둘 다 문제 아닌가요?’=1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응암동 ‘이마트 은평점’. 주부 김경희씨(33·은평구 응암2동)는 생활필수품, 식품 등 4만여원어치를 카트에 싣고 계산대에 왔다가 그제서야 ‘비씨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현금 1만6000원어치만 샀다.
김씨는 “습관적으로 비씨카드 1장만 들고 나왔다”며 “소비자를 볼모로 힘겨루기를 하는 카드사와 할인점 모두 문제”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주부 양병순씨(59·은평구 역촌동)는 비씨카드와 제휴하고 있는 하나카드도 결제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가지고 있는 현금만큼만 물건을 구입해야 했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이마트에 따르면 전국 점포에서 비씨카드 결제를 요구하는 고객은 1050명가량. 이 중 95명만 현금 부족 등을 이유로 구매를 포기하고 나머지는 타사 카드나 현금으로 물건을 샀다고 밝혔다.
▽언제까지 계속되나=비씨카드와 이마트가 서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 구학서 사장은 이날 “모든 카드사들이 이마트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강행할 경우 카드를 받지 않는 대신 제품 가격을 인하해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최저가격 판매를 하는 할인점으로서 가맹점 수수료가 2% 이상 되면 당초부터 신용카드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씨카드 이호군 사장은 “수수료가 현실화되면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반드시 수수료 현실화를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비씨카드측은 “이마트와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더라도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다른 할인점과 ‘수수료 현실화’ 협상을 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즉 다른 할인점들이 수수료 인상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이마트처럼 ‘수수료 인상 통보→카드 가맹점 해지’라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 실제로 지난달 비씨카드가 롯데마트의 신규 점포인 경남 장유점과 경기 화성점의 수수료를 올리자 롯데마트는 가맹점 계약을 하지 않았다.
한편 KB카드도 6일부터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으며 이마트는 그럴 경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다는 방침이어서 카드사와 할인점업계간의 ‘수수료 분쟁’은 당분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