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는 치솟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에게 설상가상(雪上加霜)의 고통을 주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도 둔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에 물가는 오르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폭등하는 물가=통계청이 내놓은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농축수산물, 교통요금, 등유, 경유 등 서민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품목들이 집중적으로 올랐다.
양배추(159%), 무(109.4%), 배추(81%) 등 채소류가 24.5%나 오른 탓에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3%나 급등했다.
서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생활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6.7%나 올라 서민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날씨가 선선해지고 농작물 출하가 증가하는 9월부터는 물가가 다소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통상 매년 9월 태풍 피해가 있었다는 점과 추석이 끼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도 9월까지 3.3%에 머무르며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던 물가상승률이 10월 들어 갑자기 3.7%로 급등했던 것도 태풍 ‘매미’와 추석이 동시에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유가 변동이 실제로 최종생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칠 때까지는 1∼3개월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올해 물가상승률을 3%대 중반으로 잡고 있는 정부 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다.
▽뚜렷한 수출증가율 감소세=8월 수출은 198억80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29.3% 증가하면서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수출은 일단 절대 규모에서 6월(216억달러), 7월(210억달러)에 크게 못 미쳤고 2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200억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증가율도 3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하며 작년 11월(20%) 이후 9개월 만에 30%대를 밑돌았다.
무엇보다 일평균수출액이 8억3000만달러로 7월보다 6000만달러가량 감소하며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7월과 8월은 통관 일수가 24일로 같았는데 8월 일평균수출액이 크게 줄어들면서 수출이 하락세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8월 수출 감소의 원인으로 올해 여름휴가가 8월 초에 집중됐다는 점을 들면서 9월에는 수출 실적이 다시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수출이 9월부터 170억달러를 넘어서며 급증한 만큼 수출증가율의 감소세는 어쩔 수 없을 전망이다. 더욱이 중국의 긴축정책과 미국 금리인상, 노사관계 등이 불안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