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시에서는 독서를 통한 논리력과 창의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LC교육연구소에서 학생들이 책을 읽은 후 토론을 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200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에 따라 현재 중학교 3학년 이하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깊이 있게 사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새로운 대학입시에 교과별 독서 활동을 반영하겠다고 밝혔고 각 대학들도 논술 구술 면접 비중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독서 교육 전문학원인 LC교육연구소 박승렬 소장은 “초등학생 때는 책의 내용을 파악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중고생이 되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추론하고 토론, 글쓰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독서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요구하므로 아이를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내모는 경우 체계적인 독서교육을 하기가 힘들다.》
▽유아 및 초등학교 저학년=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입학 전 아동의 경우 우선 부모가 책을 읽어주거나 테이프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하자. 이 후 책의 줄거리를 구체적으로 물어봄으로써 아이가 내용을 얼마나 파악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로 ‘백설공주가 독이 든 사과를 먹지 않았으면 어떻게 될까?’와 같이 상황을 바꾸거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답변에 대해 단순히 ‘잘했어’라며 끝내기보다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아이는 근거를 제시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림책의 경우 글자를 가리고 그림만 보며 아이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도록 하면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시를 읽은 뒤에는 주제가 되는 인물이나 대상을 부분적으로 그려놓고 아이가 나머지를 완성해 보도록 해 보자. 이를 통해 아이는 시를 이해하고 표현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분야별로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
아이가 특정 분야의 책만을 선호할 경우 부모는 일단 권해주고 싶은 책의 목차를 훑어보게 하자. 목차에서 아는 내용이 나올 경우 아이는 그 책에 대해 관심을 가질 확률이 높다.
또 왜 이런 제목과 목차를 붙였는지 의문을 갖게 하면 책을 읽는 동안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의 경우 △어른이 된 스크루지가 어릴 때의 모습과 달라진 이유를 그가 자라온 환경을 근거로 써 보기 △스크루지가 어릴 때의 순수한 모습을 간직한 채 그대로 성장했다면 어떤 어른이 됐을지 △물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등을 토론해 볼 수 있다.
비문학 작품을 읽을 때는 독서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중심문장과 주요 정보를 찾아보는 훈련을 하면 분석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중고생=본격적으로 동서양의 고전을 많이 접해야 할 시기다. 환경, 전쟁 등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주제의 책을 권하는 것도 좋다. 특히 서문에는 책을 쓰게 된 동기, 주제, 작가의 문제의식이 포함돼 있으므로 부모는 서문을 활용해 자녀에게 질문을 해 보도록 한다.
작가를 비롯해 작품 해설과 의미 등을 함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책을 읽은 후에는 보다 심층적인 사고와 토론을 해 보는 것이 좋다.
예컨대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을 읽으면 책의 내용을 근거로 ‘자유가 구속 없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찬반 입장을 나눠 토론을 하거나 글을 써 볼 수 있다.
비문학 작품의 경우 감상문 쓰기를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다. 처음에는 줄거리 쓰기부터 시작해 주제 찾기, 자기 생각 표현하기 식으로 차츰차츰 단계를 높여서 써 보도록 한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윤소예양이 체험한 美 초등교 독서교육▼
“한국에서는 독서하면 지겨운 느낌이 들었는데 미국에서는 선생님이 학생 수준에 맞게 지도하기 때문에 마치 놀이하듯이 책을 읽었어요.”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2년간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서 초등학교 2년을 다니고 5월 귀국한 윤소예양(12· 사진·경기 고양시 무원초등 5학년)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독서 프로그램이 매우 즐거웠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주정부는 ‘Just read, Flo-rida!’라는 슬로건을 내걸 정도로 독서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는 읽기와 쓰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학급에서의 독서지도는 철저히 개별 학생의 수준에 맞춰 실시한다. 동화부터 소설류까지 책 수준의 높낮이에 맞게 책 표지에 노란색 주홍색 빨간색 초록색 등 12색깔의 띠를 붙이고 같은 색의 책이라도 난이도를 소수점 단위까지 구분해 놓고 있다.
이 같은 단계적 독서촉진(Accelerated Reading) 프로그램은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책을 읽은 뒤에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험을 보고 점수를 받는다. 아이의 독서 평가서를 수시로 학부모에게 보내준다. 교사는 누적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다음 단계로 올려주고 축하 파티도 열어준다.
윤양은 “처음엔 가장 낮은 노란색 책을 읽었는데 21개월 뒤에는 4학년이었지만 6학년 수준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며 “책의 색깔과 숫자만 보면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있어 친구끼리 은근히 경쟁도 한다”고 말했다.
윤양은 “매주 설명문과 서술문을 번갈아 쓰게 신문기사를 이용한 글쓰기도 한다”며 “이런 독서교육 덕분에 외국인이지만 플로리다주 종합학력시험(FCAT)의 작문에서 6점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