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공화당원.’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 주요 연설자로 나선 인사 대부분이 공화당 본래의 보수적 이미지 대신 ‘연성(軟性)’ 또는 ‘중도’적 성향의 인물들로 채워진 데 대한 평가다.
개막 첫날인 지난달 30일의 스타 연설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다음날의 스타인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그들이다. 마지막 날인 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소개하는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도 마찬가지. 이들은 공화당원이 좋아하는 인물이면서 무당파 또는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공화당 정강정책과는 상반되게 낙태 허용, 동성결혼 허용, 줄기세포 연구 허용, 총기 규제 등을 주장해온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해 소신 발언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연설 중 이런 대목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일부에선 이들의 처신에 대해 ‘이름만 공화당’이라는 의미의 ‘리노(RINO·Republicans in Name Only)’라는 별명을 붙였다.
조지 메이슨대의 마크 로젤 교수 등 정치평론가들은 “공화당 내 주류인 보수파의 색깔을 보여주지 않고 극히 일부인 중도파 또는 연성 이미지의 공화당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유권자들을 오도하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손님 끌기 전당대회’라고 혹평했으며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사기에 가깝다’고 가세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공화당 선거캠프에선 “부시 진영이 승기를 잡았다는 의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경 보수파는 뒤편으로 물러서고 중도성향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 부동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자체 평가다.
이번 대선은 공화당원과 민주당원들이 이탈하지 않고 자기 당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90% 정도로 유난히 높아 부동층이 전체 유권자의 6%에 불과, 이들이 선거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