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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서울대 야구부 201경기만의 첫승

입력 | 2004-09-02 00:41:00

1무199패 만에 거둔 첫 승리이니 얼마나 기뻤을까. 1일 광주 송원대를 꺾은 서울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선수들은 이날 저녁 맥주파티로 첫 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사진제공 대한야구협회




200경기에서 1무199패.

하지만 꼴찌들에게도 꿈이 있었다. ‘한 번만 이겨봤으면….’

선수들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드디어 꿈이 이뤄졌다.

1일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2004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 B조 예선리그. 서울대는 광주 송원대와의 경기에서 선발 박진수(24·체육교육학과 4년)가 9이닝 동안 155개의 공을 던지며 2-0으로 감격적인 완봉승을 따냈다.

‘만년 꼴찌’ 서울대가 승리한 것은 1977년 팀 창단 이후 27년 만이자 201경기 만에 처음. 지난해 베이징대와의 친선경기에서 이겼으나 공식대회 승리는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서울대 선수들은 우승이라도 한 듯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얼싸안았고 탁정근 감독(37)을 헹가래쳤다.

이날 승리는 이들에게 매우 특별했다. 고교야구 선수 출신으로 구성된 다른 대학과 달리 서울대 야구부는 순수 아마추어로 구성된 팀.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콜드게임패를 면하기 어려워 대한야구협회는 그동안 서울대와 맞붙은 팀의 승리는 인정하지만 타율 홈런 타점 등 개인기록은 제외시킬 정도였다.

선수도 15명뿐. 이날은 9명만이 출전해 교체선수 없이 9이닝을 소화했다. 지명타자로 나설 선수가 없어 투수 박진수까지 타석에 들어서야 했다.

서울대 86학번으로 2002년부터 후배들을 지도해 온 탁 감독은 “꿈이었던 1승을 해낸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후배들이 자랑스럽다”며 기뻐했다.

완봉승을 거둔 박진수는 “모든 선수들이 다 열심히 뛰었다. 부모님 교수님 등 감사인사를 드려야 할 분이 너무 많다”며 웃었다.

1m79, 83kg으로 대학입학 후 야구를 시작한 그는 아마추어치곤 빠른 최고 130km의 직구 스피드에 슬라이더를 잘 던진다고. 지난달 26일 한일장신대와의 경기에서 4-4로 첫 무승부를 기록할 때도 완투했었다. 학군단(ROTC) 장교 후보생으로 내년 임관 예정.

또 이날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김영태(23)는 사법시험을 준비 중인 법대 4년생으로 대회 기간에도 법전을 끼고 사는 공부벌레.

올해 창단된 송원대의 김갑중 감독은 “오늘 서울대 선수들이 보여준 야구에 대한 열정과 파이팅은 최고였다. 축하해주고 싶다. 우리 팀 선수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 경기였다”고 말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