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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Map 디지털 항해중/발품이 명품 만든다

입력 | 2004-09-02 16:26:00

이종구 그림 ‘남남북녀’


고산자 김정호가 전국을 직접 걸어 다니며 대동여지도를 완성한 지 140여년. 항공측량기법과 위성위치추적시스템이 발달한 첨단의 시대이지만 김정호의 후예들은 정밀한 지도를 위해 여전히 발품을 판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지도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공하는 국가기준점 및 기본도를 기초로 작성된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제작하는 기본도는 항공에서 측량한 항공사진, 산 정상이나 주요 도로 등 전 국토에 약 3km 간격으로 표시된 삼각망과 2km 간격으로 설치된 수준망을 기본으로 한 지상 기준점의 실제 측량결과 등 두 기본 데이터를 서로 일치시켜가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항공측량기법이 발달됐지만 사람이 직접 지상에서 측량하는 과정을 생략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본도를 바탕으로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나 인터넷에서 쓰이는 디지털 지도를 만들 땐 ‘발품 파는’ 과정이 다시 추가된다.

내비게이션 전문 업체인 팅크웨어 GIS개발부의 허석 수석팀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길이 생기고 도로가 넓어지며 새로운 상가가 들어서기 때문에 지역정보 데이터는 한번 만든다고 끝나질 않는다”면서 “지도상의 도로가 몇 차로이고 일방통행인지 자동차 전용도로인지를 직접 확인하고 입력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지도를 만들기 위해 국토지리정보원의 국가기본도를 바탕으로 시중에서 시판되는 지도들을 대비해 최종 밑그림을 그리고 나면, 현장 답사를 통해 도로 통행방향과 이사 간 관공서들, 새로 생긴 건물들을 직접 확인한다. 허 팀장은 “석 달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하는데 그때마다 동네의 작은 골목길까지 합해 전국적으로 평균 1000km씩 길이 늘어난다”고 한다.

특히 내비게이션과 인터넷 검색용 지도들은 지역의 식당, 꽃집 등 세세한 정보들까지 담아야 하므로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실측 과정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림지도를 그릴 때는 이 같은 실측과정에 시설물들의 사진을 찍는 또 하나의 노동이 추가된다. 건물의 특징적 외관을 포착하는 것이 그림지도의 핵심이기 때문. 비틀맵을 만드는 지오마케팅의 이동섭 실장(지도디자인팀)은 “국립공원 등산로의 그림지도를 만들기 위해 전국 12개 명산의 등산로를 전부 다 몇 번씩 올라보고 사진 찍고 측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