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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기자의 감성크로키] ‘브런치 스타일’ 의 행복

입력 | 2004-09-02 16:34:00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매일 평등하게 갖는 시간이 있다. 런치타임이다.

○ 행복한 런치

얼마 전 케이블 채널 Home CGV에서 방영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일본 드라마 ‘런치의 여왕(ランチの女王)’.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싸고 맛있는 점심을 수소문해 찾아 먹는 것을 인생의 가장 큰 기쁨으로 삼는다. 스프링 노트에 그날 먹은 요리의 사진과 감상도 꼼꼼히 메모한다.

길모퉁이 작은 식당 ‘키친 마카로니’의 오므라이스는 그 중 일품이다. 걸쭉한 갈색 데미그라스 소스를 노란색 계란 덮개 위에 끼얹은 그 맛이란!

이 드라마에는 예쁜 요리 화면 이상의 메시지가 있다. 여주인공의 대사는 점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전달한다.

“아침에 안 좋은 일 있어도 기분 좋은 점심을 기다리면 가슴이 설레요. 어떻게 해도 구제가 안 되는 절망적 상황에서 변함없이 기다려 주잖아요.”

“외로울 때 항상 그 가게에서 달콤하고 따뜻하고 행복한 냄새가 났어요. 아무리 운명이 자기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수 있어요.”

오늘도 런치의 여왕처럼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런치 데이트

‘마이런치데이트 닷컴(www.mylunchdate.com)’이란 인터넷 사이트가 최근 생겼다.

의류 회사와 전자 회사를 다니는 30대 중반 남자 2명이 만든 이 사이트는 바쁜 직장인 미혼 남녀가 짧은 점심시간에 만나는 블라인드 데이트를 주선한다. 같은 성격의 미국 인터넷 사이트 ‘이츠저스트런치 닷컴(www.itsjustlunch.com)’을 벤치마킹했다.

평일엔 런치, 주말엔 브런치(아침 겸 점심)를 함께 나누는 데이트는 일단 부담 없어 좋다. 한정된 짧은 시간에 안면을 트고 헤어질 수 있다. 마음에 들면 교환한 연락처를 이용하면 된다. 저녁에 만나 밥 먹고 차 마시고 술 마시는 시간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똑같은 이유로 20, 30대 샐러리맨 사이에서 주말 브런치 모임이 최근 인기이다.

매 주말 친구들과 브런치 모임을 갖는 웨스틴조선호텔 안주연씨는 말한다.

“생활의 여유는 심리적 안정을 동반하는 것 같아요. 점차 상대의 서로 다른 취향과 영역을 인정하죠. 브런치 모임이 끝나면 제각각 운동 여행 영화 등을 즐기러 헤어집니다.”

나는 이 같은 만남을 ‘브런치 스타일’이라 적는다. 설탕 뿌린 프렌치토스트처럼 가볍게 그리고 실속 있게….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