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의외로 친해 보였다. 서울대에서 1일부터 열린 ‘제2회 줄기세포 서울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한 미국 피츠버그대의 복제전문가 제럴드 섀튼 교수와 노스이스턴대 생명윤리학자 로리 졸로스 교수. ‘복제’를 둘러싸고 세계적으로 생명윤리 논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다소 상반된 의견을 가질 것으로 예상돼 함께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은 줄곧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
“수시로 생명공학자와 의견을 주고받아요. 평소에는 주 2회, 특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거의 매일 만나죠. 미국에서는 생명윤리학자의 권한이 강해서 각 연구기관에 속한 윤리위원회가 실험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면 생명공학자는 그 의견을 적극 수용합니다.”
졸로스 교수의 이 말에 섀튼 교수도 고개를 끄덕인다. 섀튼 교수는 원숭이 등 영장류 복제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과학자다. 그는 지난해 말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에게 “실험용 원숭이와 연구 장비 등을 지원할 테니 연구원들을 파견해 달라”고 적극 요청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원숭이 복제에 번번이 실패하던 차에 황 교수의 연구 성과를 접하고 강하게 흥미를 느낀 것.
현재 생명윤리 논쟁의 주요 대상은 복제된 인간의 배아에서 난치병 치료용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실험(인간배아복제). 바로 서울대 황우석, 문신용 교수(의대) 팀이 세계 최초로 성공해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올 2월 게재한 연구내용이다.
졸로스 교수는 이 실험에 대해 찬성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그는 미국 내에 반대하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생명공학자와 윤리학자가 ‘갈등’이 아닌 ‘존중’ 관계를 만들어야 해요. 충분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포기하면 안 되죠.”
이들은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 수준이 어떠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놀랍다”고 답했다. 특히 섀튼 교수는 “인간배아복제뿐 아니라 탯줄혈액이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얻는 연구가 세계 수준”이라며 “윤리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면서 종합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면 한국에서 훌륭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