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千正培)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정부의 290개 법안과 당의 100대 개혁입법을 처리하기에도 정기국회는 너무 짧다”며 소속 의원들에게 ‘당론(黨論)’에 충실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도 1일 고위 당정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의 제출 법안 처리에 여당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총리는 최근 급증하는 의원 입법에 대해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의사국장이 의원발의 법안을 보고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나 정부측이 이같이 여당 의원들의 단합과 협조를 강조하는 것은 시간이나 예산과 같은 물리적인 제약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당론에 배치되는 의원 입법이나 입장 표명이 내부의 혼선과 분열로 비쳐 국민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열린우리당은 의원들이 법안을 제출하기 전에 당 정책위원회와 사전 상의토록 지침을 마련하기까지 했다.
실제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이런 방침은 국회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방침이 혹시라도 개별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미 당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법을 만드는 것인데 당 지도부가 이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당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당정치에서 당론은 중요하고 경우에 따라선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 역시 정당이 해야 할 일이다. 국회의원은 당 소속이기 이전에 ‘국민의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당론의 효율적 관철 못지않게 개별 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당 지도부의 의무라는 생각이다.
박민혁 정치부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