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임기가 만료되는 독립기념관장 후임 인선이 매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애국지사나 순국선열의 후손을 관장으로 임명해 온 관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기념관은 1980년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을 계기로 종전의 반일(反日)을 극일(克日)로 승화해야 한다는 겨레의 각성에서 출발해 국내외 동포의 피땀 어린 성금 493억원으로 세워졌다. 이런 민족사적 상징성 때문에 명시적인 강제 규정은 없었지만 초대 안춘생 관장을 비롯해 4명의 역대 관장은 하나같이 애국지사이거나 독립유공자의 후손이었다.
독립기념관의 도약을 위해 경영 능력과 개혁성을 가진 인사를 후임 관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현실론에도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독립기념관에 해마다 100억원을 지원해 왔으나 재정자립도는 26% 정도에 불과하다. 개관 첫해인 1987년 660만명에 달했던 관람객 수는 90년대 이후 100만명 선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극일운동의 상징이자 민족의 자존심인 독립기념관 관장은 애국지사나 그 후손이 맡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독립기념관은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고 민족정기를 선양하는 기관이지 영리와 수익을 우선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관장에 추천된 인사들이 과연 정부가 내세우는 경영합리화나 개혁성에 적격이냐는 일각의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은 3대(代)가 가난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애국지사나 후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맡겨 온 독립기념관장 자리마저 결과적으로 빼앗는 셈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독립기념관의 상징성을 유지하면서 전시 및 경영 능력을 갖춘 전문인을 보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