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시스템’을 중시하는 정책운용을 강조해왔다. 특정인이 정책을 좌지우지할 경우의 부작용을 우려해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분권적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정책을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 경제정책의 경우 예전 같으면 경제부총리가 전권을 가졌지만 지금은 대통령정책실장, 대통령정책특보, 열린우리당 정책위원장 등도 큰 축을 이루고 있고, 사안에 따라 결정 주체가 다른 경우도 종종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우리당에서 발표한 감세정책의 경우 당 정책위원회에서 먼저 제기된 뒤 당에서 이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정작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나중에 따라간 셈이 됐다.
청와대에서도 정책실장과 정책특보 경제보좌관 사이의 역할 분담이 모호한 경우가 없지 않다는 게 주변 참모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이 동일한 정책사안에 대해 여러 참모에게서 자문을 구하다 보니 똑같은 일에 여러 사람이 매달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청와대 조직은 아니지만 대통령 직속 국정과제위원회들은 그동안 각종 정책에 대한 ‘로드 맵’(중장기 이행방안)을 짜는 것을 마무리하고 구체적 정책까지 쏟아내고 있다. 일선 부처에서 발표할 사안을 위원회 이름으로 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정책결정 기구가 다원화되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권한과 책임도 모호해진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디서 먼저 발의를 하든 최종 정책은 당과 청와대 정부 의 긴밀한 조율을 거쳐 생산되고 있다”면서 “이를 불협화음으로 보는 시각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