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우라늄 분리실험 사실에 대해 해외에서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국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외국 언론들은 △이번 실험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한국 정부가 실험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실험에 사용된 우라늄 0.2g은 핵무기 개발과는 상관없는 극소량”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내 핵 전문가들도 국내 장비로는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며 외국 언론 등의 의혹 제기는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실험은 아니다=일부 해외 언론은 우라늄 분리와 농축은 핵연료뿐 아니라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실험이라며 한국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분리 실험에 사용된 양은 0.2g에 불과한 극소량이기 때문에 고농축 우라늄 15kg 이상이 필요한 핵무기 개발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 정부도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결코 아니다”며 한마디로 일축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과학자도 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농축 장비로는 미량의 우라늄만 농축할 수 있기 때문에 핵무기용으로 이용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외신들의 지나친 의혹 제기=정부는 이번 우라늄 분리실험을 한국 정부가 미리 알고 있지 않았느냐는 외신들의 의혹 제기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부 외신은 또 “많은 예산이 필요한 레이저분리법 우라늄 분리실험이 연구소 자체적인 판단으로 실시되기는 힘들다”며 한국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원자력연구소 연구원들이 어떤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를 일일이 정부에 보고하지는 않는다며 실험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조청원(趙靑遠) 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은 “원자력연구소 연구원들은 본인의 관심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고 있다”며 “원자력연구소가 매년 중점 연구과제에 대해 계획서를 제출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실험에 대해 모두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해 한국의 우라늄 분리 실험 사실을 알고 사찰하려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IAEA가 원자력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이는 한국 정부와 IAEA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 차원에서 이뤄진 단순한 방문이었다”고 밝혔다.
▽설득력을 얻고 있는 한국 정부의 해명=이 같은 한국 정부의 설명을 IAEA 방문단도 수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까지 7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IAEA 사찰단은 원자력연구소 등을 돌아본 뒤 한국 정부가 보고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인순 원자력연구소장은 3일 “IAEA의 조사가 오늘 거의 마무리됐으며 이상 없이 끝났다”고 말했다.
또 이번 한국의 우라늄 분리실험 건은 20∼24일 열리는 IAEA 총회에서도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건은 IAEA 사무국이 이사회에 간단하게 구두 보고할 예정이어서 총회에서는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